대한항공, 지난해 2909억원 흑자 가록했지만 내부 갈등 탓 순항 불투명
3월 주총 끝나기 전까지 경영 불안정 지속 전망
조원태 회장-조현아 전 부사장, 대승적 차원서 화해해 경영 정상화 방안 모색해야
   
▲ 박규빈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항공업계가 반일불매운동·홍콩 소요 사태에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 각종 악재로 홍역을 앓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업계 맏형 격인 대한항공이 흑자 기조를 유지했지만 가족 구성원 간 박터지는 싸움으로 불안한 곡예 비행을 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 경영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각 항공사들은 속속 전년도 전체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3일 진에어는 49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지난 7일 티웨이항공 또한 192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발표했다. 각 항공사 관계자들은 "경쟁적 공급 증가 대비 여행 수요 둔화에 따른 수급 불균형·반일불매운동·홍콩 민주화 운동 등 여러 이슈로 인해 영업 환경이 악화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은 지난 6일 2019년 실적을 공개하며 2909억원 순이익을 냈다고 공표했다. 수많은 외적 악재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가 절대적이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사진=한진그룹
한편으론 내적 문제로 인해 대한항공이 언제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위시한 오너 일가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이 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경영권을 두고 편을 갈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향배를 결정할 한진칼 주주총회는 3월 25일로 정해졌다. 이를 앞두고 조원태 회장은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학술재단·일우재단·정석물류재단·대한항공 사우회·우리사주조합·자가보험·미국 델타항공·카카오 등 우군의 지원을 등에 업고 우호 지분 37.26%를 확보했다.

이에 더해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이사회를 개최해 7성급 호텔을 짓고자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사들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요트 300여대를 계류시킬 수 있는 인천 중구 을왕리 왕산마리나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이 두 사업 모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던 분야다. 사측은 재무구조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행했다고 설명했지만 조원태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이 돌아올 구멍을 폐쇄해 본격 '조현아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KCGI·반도건설 등 쟁쟁한 주요 주주들과 삼각 동맹을 맺고 대치하는 모양새다. 현재 이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2.06%다. 4.11%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이들 편에 선다 해도 36.17%로 오너 일가 대비 다소 열위에 서게 된다. 따라서 나머지 소액주주들이 어느 편에 서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쪽으로 갈라진 오너 일가 중 어느 쪽이 승기를 잡건 간에 주총이 끝나기 전까진 회사 경영 상태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선대 조양호 회장은 '수송을 통해 국가 사회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뜻의 '수송보국(輸送報國)' 일념하에 대한항공을 글로벌 탑티어 항공사로 일궈냈다. 또한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을 예견이라도 한 듯 "가족들이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며 걱정스럽고도 진한 한 마디를 남겼다.

오너 일가가 두 패로 찢어져 피 터지는 세 대결을 하는 것은 유지를 거스르는 일이며, 회사를 격랑 속으로 밀어넣는 행위와 다름 없다. 하루 빨리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화해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통해 회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경영진의 모습을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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