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 경영권 분쟁 탓 '곡예 비행'
아시아나, 지난해 대규모 분식회계 적발…구조조정 중
LCC 업계, 코로나19와 반일불매운동 늪에 줄줄이 적자행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남매의 난'·경영진 총사퇴·무급휴직·매각…

최근 국내 항공업계는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를 불문하고 다방면으로 심각한 홍역을 앓고 있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항공사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의 경우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있는 모양새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작년 4월 작고한 이후 장남인 조원태 회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팽팽한 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로열 패밀리'와 미국 델타항공·카카오·대한항공 사우회·대한항공 자가보험·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정석인하학원·일우재단 등 우호 지분 37.26%를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KCGI-반도건설 간 삼각 편대를 이뤄 32.06%의 지분을 따냈고,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까지 가세할 경우 더욱 치열한 경영권 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 때문에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한진칼의 주주총회가 끝나기 전까지 계열사인 대한항공 마저 경영상태가 '곡예 비행'을 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알짜 흑자 기업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월 삼일회계법인의 외부감사 과정에서 1854억원 수준의 대규모 분식회계가 적발됐다. 회사는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 경고를 받기도 했고, 부채비율이 649%로 급증했다. 지난해 4월엔 최대 주주였던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매각 결정이 내려졌고, 비수익 노선 정리는 물론 조종사·정비사·객실 승무원을 제외한 일반직 직원들에 대해 휴직·희망퇴직 조치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27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주식매매계약과 신주 인수계약을 체결해 아시아나항공을 품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영업손실이 3683억원, 당기순손실 672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지난 18일 담화문을 통해 △사장 40%, 임원 30%, 조직장 20% 등 직책에 따른 급여 반납 △전 직원 대상 10일간 무급 휴직 △전 임원 일괄사표 제출 등의 비상경영대책을 발표하며 전 임원과 동반 사퇴했다.

항공업계의 위기는 FSC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홍콩 등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던 LCC 업계는 지난해 반일불매운동·홍콩 민주화 운동 등으로 줄줄이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회복을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일련의 사건들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한 이스타항공은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초유의 사태를 보여줬고, 현재 제주항공이 M&A를 하기 전 재무 실사 중에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업계는 중국 우한에서 창궐한 코로나-19의 영향 탓에 고사 직전까지 몰려 있는 상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3000억원 긴급 지원 카드를 꺼내들만큼 역대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였다. 실제 각 항공사별로 에어부산(505억원)·진에어(491억원)·제주항공(347억원)·티웨이항공(206억원) 등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가 지난해 플라이강원 등 3개 LCC에 대해 신규 면허를 발급해 업계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치킨게임에까지 치닫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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