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전쟁터'라 불릴 만큼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과 해경의 무력 마찰이 심각했던 한국 측 서해 EEZ(배타적경제수역) 상에서 중국 어선 쑹 호우 므어(宋厚模·45)선장이 해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영사관 측이 "경악할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 서해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조업과 해경의 단속 문제가 양국의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는 16일부터 중국 쌍끌이 어선의 금어기가 해제되면 불법조업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위해 한중 양국의 외교적인 노력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10일 오전 8시30분께 전북 부안군 왕등도 서쪽 약 144㎞ 부근(한국 측 EEZ) 내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 해경에 단속돼 나포되던 80t급 중국선적 노영어 50987호(타망어선)를 탈취하려던 또 다른 중국어선 선장 송모(45)씨가 흉기를 들고 저항하던 중 부상을 입었다.
복부에 부상을 입은 채 달아나던 송씨는 오전 8시55분께 도주 중이던 중국 어선으로부터 "환자가 있다"는 무전을 받은 해경에 의해 헬기로 목포 한 병원까지 긴급 이송됐다.
맥박과 호흡,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송씨는 30여분간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이날 오전 11시12분께 숨졌다.
병원 측이 CT 등을 촬영한 결과 송씨의 시신에서는 지름 1.6㎝의 총알이 발견됐다.
병원 관계자는 "총알은 등 위쪽에서 들어가 아래 복부에서 멈췄다"며 "폐와 간, 콩팥을 관통했으며 내부 출혈이 심했다"고 전했다.
목포해양경찰서와 태안해양경찰서는 이날 오전 불법중국어선 합동 단속 중 해당 어선을 제압했으나 인근 중국 어선들 4척이 50987호 주변에 붙어 저항, 해경 특수기동대원들과 격투를 벌이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나포 어선과 또 다른 중국 어선 4척의 선원 100여명이 해경 10명을 상대로 칼과 맥주병 등 흉기를 들고 저항했으며 일부 대원들의 헬멧을 벗기고 목을 조르고 바다에 빠트리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대원 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해경은 이 과정에서 해경 1508함 특수기동대원 3명이 K5 권총으로 공포탄 3발과 실탄 8발을 쐈으며 송씨가 이 중 한 발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누가 쏜 총에 맞아 송씨가 숨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검색팀장 권모 경장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판단, 경고 후 매뉴얼에 따라 공포탄과 실탄을 쐈다"고 말했다.
우리측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국 어선들과 해경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최근에는 중국 어선들이 해경 경비함의 검문과정에서 쇠파이프와 가스통, 망치, 삽 등의 흉기로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해경이나 중국인 선원들이 부상을 입거나 급기야 숨지는 사고도 잦아졌다.
실제 지난 4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남서쪽 106㎞ 해상에서는 무허가 조업하던 60t급 중국 어선이 해경과 추격전을 벌인 끝에 나포됐다.
이 선박에는 쇠꼬챙이가 달린 높이 강철판 24개가 선수부터 선미까지 설치돼 있었다. 단속 과정에서 해경 2명이 철판을 넘고 조타실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무릎과 손가락에 부상을 입었다.
지난 2012년 10월16일에는 전남 신안 배타적 경계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선원이 해경 단속 중에 고무탄을 맞고 숨졌다.
같은 해 4월에는 전남 홍도 근해에서 공무원 5명이 단속 중 중국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부상을 당했으며 지난 2011년에는 고(故) 이청호 경사가 불법조업 어선을 단속하던 중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중국 어선의 무력 저항이 격렬해지자 최근에는 해경 내부에서 실탄 사용을 논의하기도 했다.
서해해양청 한 관계자는 "최근 단속 과정에서 중국 어선의 저항이 갈 수록 흉폭화 돼 대원들의 생명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내부적으로 실탄 사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적인 문제 등을 우려한 반대 의견에 부딪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오전 '총성없는 전쟁터'로 불리던 서해 상에서 해경이 쏜 총성이 울렸고 중국인 어선 선장이 총에 맞아 숨졌다.
이번 사건으로 한중간 외교 마찰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고 직후 전남 목포해경을 찾은 주(駐) 광주 중국총영사관 장소매 부총영사는 "경악할 일"이라며 강한 불만과 유감의 뜻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우리 정부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하고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엄중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 2012년 10월 해경의 고무탄에 맞아 중국인 선원이 숨졌을 당시 "폭력적인 법 집행을 중단하고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오는 16일부터 중국 쌍끌이 어선의 금어기가 해제되면 불법조업에 나설 중국 어선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경 한 관계자는 "세월호 수색 등으로 중국어선 단속이 3교대에서 2교대로 바뀌어 근무인력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매년 중국 쌍끌이 어선의 금어기가 해제되면 불법조업 어선의 급증으로 서해는 전쟁터가 된다. 고질적인 불법 조업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