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코로나19 발병 없다…마스크 착용하지 않으면 나라에 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최근 남한의 코로나19 사태 보도에 열중하면서 자국 내에서는 확진자가 단 한명도 없다고 연일 선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달여동안 방역에 69만명을 투입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연맹(IFRC) 등에서도 북한 내 확진 보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당초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발병 이후 국경을 봉쇄하는 등 발빠른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검진 키트’ 미비 등 북한의 취약한 보건의료체계를 고려할 때 북한당국의 발표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현지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서 폐렴과 독감을 잃던 10여명의 주민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 산업동 ‘도인민병원’에서 지난 9일 폐렴과 독감 증상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틀 사이에 12명의 환자가 사망하면서 청진시 방역 당국과 주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RFA는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들을 서둘러 화장하고 병원 전체를 소독하는 등 방역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망자의 시신을 가족에게 돌려주는 관례를 깨고 병원에서 자체로 화장했는데, 이는 사망자들이 전염성이 강한 병으로 사망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 북한 노동신문이 22일 평양시에서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사업을 강도높이 전개하고 있다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보건성 관계자들이 위생선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하지만 북한은 지난 2일 조선중앙TV에서 코로나19가 ‘0건’이라고 처음 밝힌 이후 22일까지도 이런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2일에도 “남조선 방송들에 의하면 남조선 주민들 속에서 코로나19의 급속한 전파로 인한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우리나라에 아직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 마음의 탕개를 풀어놓아야 할 근거는 하나도 없다”면서 주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거듭 강조했다. 

신문은 “누구를 막론하고 국가가 선포한 비상방역체계가 해제될 때까지 야외 활동과 모임 장소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문제는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초보적인 의무도 지키지 못해 나라 앞에 죄를 짓게 된다는 것을 논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및 정치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4월 평양국제마라톤대회를 취소하고, 3월22일부터 열리는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도 불참하기로 하는 등 코로나19와 관련해 각종 조치를 내놓고 있다.

특히 북한은 코로나19 방지를 위한 격리기간을 30일로 늘리는 조치도 취했다. 한대성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는 3주 후에도 발명할 수 있다고 해서 격리기간을 30일로 연장했다”며 “예방이 치료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이 북한에 신종 코로나19 대응 관련 의료용품과 장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대북 제재를 면제해달라고 유엔에 공식 요청했다. 유엔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면제한다면 정부도 남북방역협력에 착수할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지원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문의 단계에 상황이 진행되고 있지만 만약 공식문의가 올 경우에 정부도 그때 검토를 해나가도록 하겠다. 아직 국제기구가 통일부에 공식요청한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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