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든 내각제든 개헌 추진 불가피한가

여야 총선 압승으로 개헌 추진 위해 선제적 움직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5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최근 들어 부쩍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 논의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2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민발안개헌연대는 24일 국민이 직접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한 '국민발안 원포인트 개헌'에 여야 국회의원 131명이 지지 의사를 밝히며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현재의 지지 추세로 간다면 국회 개헌 발의 정족수인 재적 과반(148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고도 말했다.

'국민발안 원포인트 개헌'은 현재의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및 국회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개헌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2월 임시국회 중에 의결하여 4월 총선에서 국민투표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 민주당 강창일 이종걸 의원과 통합당 김무성 여상규 의원 등이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15 총선에 동시국민투표를 통해 국민개헌발안권을 회복시키자고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발안개헌연대가 지난달 15일 제안한 이 개헌 운동에 여야 국회의원이 호응해 지난 11일 국회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국민발안개헌추진위는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민주당 원혜영·이종걸·백재현·김종민 의원, 통합당 이주영·여상규 의원,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 무소속 김경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추진위 소속 의원의 면면을 보면 초선인 김용민·김경진 의원을 제외하고는 3선의 여상규·백재현 의원부터 김무성·천정배 의원 같은 6선에 이르는 다선 의원들이 구성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소 의외인 것은 추진위의 민주당 소속 의원 중 이른바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임기의 절반 이상이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거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친문’ 김 의원이 ‘이원집정부제’든 ‘내각제’든 사실상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 움직임에 합류했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있거나 △‘친문’ 진영을 이탈하는 조짐으로 봐야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 볼 것은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정세균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당시 발언이다. 정치권에서는 청문회 때 정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개헌과 관련해 발언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 의중 반영’에 힘을 싣고 있는 눈치다.

정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달 7일 청문회에서 21대 국회 구성 후 1년이 ‘개헌 적기’라며, 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행 헌법 권력 구조는 대통령과 행정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며 “분권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평적으로 입법·행정·사법과의 분권, 수직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는 게 제 오래된 소신”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의 당시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어떤 형태의 개헌이든 정 총리 임명을 통해 '문 대통령이 사실상 암묵적으로 추인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즉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제 개헌 움직임에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 가정했을 경우,
이는 결국 비대권주자 다선 의원들이 개헌을 위해 야권의 ‘문재인 정권 심판론’, 그리고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연방제 수준의 개헌’과의 일종의 ‘거래’를 도모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부정적 해석이다.

앞서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지난달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선 압승으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심재철 원내대표도 김무성 의원을 포함한 11명 의원들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좌파 독재정권을 심판해야 할 총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심 원내대표의 입장문 내용은 ‘우선 ‘정권 심판론’으로 총선을 견인하고 21대 국회에서 개헌을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결국 ’선 개헌 추진‘이든 ’후 개헌 추진‘이든 정부 여당을 견제할 명분인 ’정권 심판론‘이 희석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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