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는 한국인 격리 사태…미국선 중국과 동급 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한국에서 확산되자 중국 당국이 우리국민들을 강제 격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산둥성 웨이하이 당국이 26일 오전 웨이하이공항에 도착한 인천 발 제주항공 승객 163명을 전원 강제 격리시켰고, 같은 날 장쑤성 난징에 도착한 아시아나 항공편에서 중국인 발열자가 발견되자 그 주변에 앉았던 한국인 40여명 이상이 격리 조치됐다.

웨이하이시에서는 제주항공 항공편에 탑승한 한국인 19명을 포함한 중국인 등 총 163명을 강제 격리하면서 “25일부터 일본과 한국 등에서 웨이하이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국적을 불문하고 경제 격리한 뒤 14일 후에 귀가시킨다”고 밝혔다.

난징시에서는 항공편에 중국 국적 탑승객 3명이 발열 증세를 보이자 발열자 앞뒤로 3열에 해당하는 약 70여명을 격리하기로 항공사와 협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우리국민은 유아와 어린이 대여섯 명을 포함해 최소 40여명 이상인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는 한국에서 돌아온 사람을 자택에서 2주간 자가격리 조치하고 있으며, 칭다오시는 출장온 외국인들을 지정 숙소에만 머물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 랴오닝성 선양과 다롄,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주, 칭다오 등에서도 한국인 등 입국객을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조치가 속속 취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옌볜 당국은 “당분간 관광지를 개방하지 않는다”며 “각 여행사는 단체관광객, 특히 한국에서 온 단체관광객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옌지 공항에서는 기존 입국 심사대에서 하던 체온검사를 방역직원이 비행기에 탑승해 측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 외교부는 한국과 일본에 여행주의보 발령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국 전체에서 한국에서 들어가는 입국자에 대해 공항에서 검사를 강화하고,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4일 오전 대구시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역사 내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날 4개 열차의 운행이 중지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26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한국인의 입국 제한을 밝힌 국가는 모두 25개국이다. 아예 한국인을 입국 금지한 나라는 홍콩과 쿠웨이트, 이스라엘과 요르단 등 12개 나라로 늘었다.

대만과 태국, 영국이 추가로 한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을 14일동안 격리 조치한다고 밝혔다. 일본과 베트남은 대구‧경북에 거주했거나 14일 이내에 이 지역에 체류한 한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한국인의 무비자 베트남 거주가 15일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입국 금지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베트남은 지난 24일 대구에서 출발한 비엣젯 항공기를 통해 다낭에 입국했던 한국인 20명을 사전 예고없이 격리 조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 중 18명이 14일간 격리 조치를 마치고 귀국했다. 

이스라엘에서 입국을 금지당했던 한국인 관광객 400여명이 격리됐다가 이스라엘 정부가 제공한 귀국 전세기편으로 되돌아왔다. 또 신혼여행차 모리셔스를 찾았던 한국인 34명도 사전 통보없이 격리됐다가 귀국한 일도 있다. 

아울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한국 여행경보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하고, 자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미국 CDC가 지정한 여행경보 3단계 국가는 중국에 이어 한국이 두번째이다. 프랑스 정부도 한국 여행경보를 3단계로 두 단계 격상했고, 쿠웨이트와 몽골은 아예 한국발, 또는 한국행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의 한국인 강제 격리 조치에 대해 25일(현지시간)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며 “우리도 중국에 대해 상당히 자제하는 대응을 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핵군축‧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 이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무조건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막는다는 것은 절대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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