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늘 경제부 기자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우리 병원 직원들도 교통사고 나면 한방병원부터 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31번 환자에 대한 취재를 하던 중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꺼낸 말이다. 

한방병원은 양방 진료에 비해 보험금 청구가 까다롭지 않은 데다 비(非)수술 치료와 체질 개선 진료 위주로 일명 '나일롱환자' 사이에서 선호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31번 환자 역시 한방병원에 입원을 했으며, '나일롱환자'로 의심을 받고 있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이후 예배, 호텔 뷔페 식사 등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유로 외출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는 "코로나 확진자만 아니었어도 31번 환자가 나일롱환자인 게 문제가 됐을까?"라고 물었다.

31번 확진자와 같은 환자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일롱환자는 달나라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나 혹은 주변인의 얘기다. 

흔히들 "보험금 못 타는 건 손해"라는 인식이 크다. 보험은 '적금'이 아닌 만약을 위한 '소비' 상품이다. 그러나 일부 가입자들은 이를 반대로 오인해 나일롱환자 혹은 과잉진료와 같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교통사고 경상 환자는 전년에 비해 41% 증가했다. 1인당 지급된 평균 보험금 역시 174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2018년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와 증상자는 10년 전보다 51% 감소한 것관 대조적인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의 증가가 보험사들의 손해율을 높이고, 결국엔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까지 양산한다는데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29.1%,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1~9월 기준 96.4%로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 적자를 안은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의 문턱을 높이거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으로 손해율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예시와 같이 모든 의료인이 한방병원을 찾진 않을 것이며, 모든 한방병원이 과잉진료를 행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보험에 가입한 모든 가입자가 입원 후 외출을 일삼는 나일롱환자가 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사회에서 지적하는 몰지각한 '일부'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선 제도 개선에 앞서 보험에 대한 인식을 나 스스로부터 바꿔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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