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감정 자극 말고 일본, 중국발 감염원 전면 차단하라
일본 강경 조치 기다렸다는 듯 '맞불조치'…중국과 이중 잣대 한일 관계 냉각
편집국 기자
2020-03-09 11:46

[미디어펜=편집국] 일본이 한국인과 중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차단하는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일본의 조치가 나오자 청와대, 총리실, 외교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더니 일사천리로 '맞불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 우리와 같은 조치를 당한 중국 정부의 반응은 달랐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각국의 자국민과 외국인의 생명·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행하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이며 적절한 수준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거칠고 감성적인 언어를 쏟아내며 날 선 대응을 한 우리와는 달리 중국은 차분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굳이 중국 정부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우리 정부의 반응은 극도로 이례적인 것이었다. 청와대는 일본의 입국 제한 발표가 나온 다음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일방적인 입국 금지 조치에 야속함을 느꼈을 수 있지만, 우방국의 방역 통제 조치 강화에 NSC 상임위 개최로 대응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 


NSC 참석자들은 "(한국은) 세계가 평가하는 과학적이고 투명한 방역체계를 통해 코로나19를 엄격하게 통제·관리하고 있는데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해 일본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틀 연속 일본 외교관을 초치하는 초강수를 휘둘렀다. 


주한 일본대사관의 2인자인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총괄공사를 초치한 데 이어 다음날 강경화 장관이 직접 나서서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일본 대사를 불렀다. 특정 사안을 놓고 이틀 연속으로 외교 관계자를 초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강 장관은 허리 굽혀 인사하는 도미타 대사에게 악수도 청하지 않아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우호적일 뿐만 아니라 비과학적"이라고 강 장관은 격하게 항의했다. 비우호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비과학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일본이 한국인과 중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차단하는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일본의 조치가 나오자 청와대, 총리실, 외교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더니 일사천리로 '맞불조치'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6일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가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일본이 한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대기, 무비자 입국 금지, 입국 금지 지역 확대 등의 조치에 강경 항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은 강 장관의 발언이 있은 뒤 우한 코로나와 관련해 "5일까지 인구 1만명 당 감염자 수는 한국이 가장 많은 1.12명, 다음으로 중국이 0.58명"이라며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순수한 방역상의 조치'라는 것으로 중국이 최근 지방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국인 격리 조치에 대해 내놓은 입장과 같다.  일본과 중국은 공조하는데 한국만 반발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 


외교부는 일본의 조치가 나온 지 이틀만에 일본인의 무비자 입국 제도를 중단하고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도 2단계인 '여행 자제'로 상향하는 등 '상응조치'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서는 반일감정을, 일본에서는 혐한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비외교적' 언어가 거침없이 쏟아졌다. 


외교부는 기자들에게 보낸 자료에서 "(일본이)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적반하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사실상 입국 금지라고 할 만한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이런 감정적 언어를 구사하지는 않았다. 


일본과 한국은 중국과 지근거리에 있음에도 중국발 입국자를 전면적으로 제한하지 않은 특이한 나라다. 일본은 4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일과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있다. 한국 역시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진핑 방한을 성사시키려 중국발 입국을 차단하지 않았다가 인구 대비 중국보다 더 많은 확진자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일 양국 지도자가 다 정치적, 외교적 이유로 중국발 감염원 봉쇄를 주저하다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질타의 대상이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 우리는 입국자 관리를 강화한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할 뿐 아직 일본발 입국자에 대한 강제 격리는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절제된 방식'의 상응조치라고 자랑했다.


전문가들은 우한 코로나와의 싸움은 앞으로 몇 주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대구와 경북 지역의 확진자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위독한 확진자들이 많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최소한 3월 한달은 외부로부터의 감염원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내부 감염을 최대한 막으면서 치료에 집중해 사망자를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라고 해야 할 대한의사협회의 최대집 회장은 여전히 중국발 입국 금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뿐만이 아니라 일본, 이탈리아, 이란 등 확진자가 많은 나라 전체로 입국 제한 국가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식의 입장에서 봐도 타당한 주장이다. 중국의 확진자 수, 사망자 수 증가가 둔화하기는 했으나 그것 만으로 감염원 유입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다. 강릉에서 무증상 중국 유학생이 뒤늦게 확진자가 된 것도 경각심을 더하게 한다. 


정부는 이 시점에서 어떤 정치적, 정략적 고려도 배제하고 오직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 적기에 중국발 입국자를 막지 않아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비판을 받는 정부가 또다시 해외 감염원 차단을 등한시하면서 '반일(反日)감정'을 자극하거나 궤변에 가까운 변명으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된다. 


혹시라도 야당의 주장처럼 총선을 앞두고 우한 코로나 확산을 신천지 탓으로 몰고 가려 했거나 반일감정에 불을 질러 반전을 꾀하려 했다면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우한 폐렴 국내 사망 50명, 확진자 7천3백명을 돌파한 마당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국의 코로나 대응이 세계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한 것도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평가는 상황이 종료된 뒤 해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우한 코로나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은 속히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이다. 그러려면 여론의 반전을 가져올 변명 거리나 희생양을 찾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원칙으로, 과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우선 전문가 집단의 권고대로 일본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일본이 한국에 한 것과 같은 사실상의 입국 금지 조치를 발동해야 할 것이다. '절제된 방식'의 상응조치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중국, 이탈리아, 이란 등 확진자가 많은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최소한 3월 한달은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감염원 유입을 확실하게 차단하고 내부 확산 저지에 총력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방역의 기본이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과학의 명령에 응하는 것,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조치를 취하는 것 그것이 정도다. /송림 자유기고가


[송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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