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한도 줄이고 문턱 높이면 그만이지만…서민들 갈 곳 잃어"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어제 삼겹살 먹던 사람이 경기가 안좋아졌다고 오늘 갑자기 후지를 사서 먹겠나요"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져도 사람들의 소비 행태가 급변하진 않을 것이란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당장 소득이 줄어든다해도 빚으로 생활할 가능성이 크단 의미다. 

실제 업계에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어둠 속에 빠진 가운데 줄어든 소비보단 카드론발 건전성 부실화 경고등이 켜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재조명하며 빚 돌려막기가 어려워진 상황에 서민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까지 맞아 가계붕괴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 사진=연합뉴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BC카드를 제외한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카드사 7곳의 카드론 이용금액은 31조34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30조1817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3.86%(1조1654억원) 늘어난 수치다.

카드사들의 카드론 금액이 늘어난 배경엔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맹점 수수료인하 정책이 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수익 하락을 우려해 카드론을 확장하며 수익 메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고금리장기대출인 카드론에 저신용, 저소득자들의 대출 수요가 몰리며 연체율 상승을 직면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8개 전업계 카드사의 고정이하여신(NPL)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21.1%나 증가했다. 아울러, 해당 시점의 총 연체액(1개월 이상)도 전년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특히 DSR규제가 시작된 6월말 8대 카드사의 1개월 이상 연체액 규모는 1조504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9% 확대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카드사의 총 여신 중 3개월 이상 원금이나 이자를 돌려받지 못한 비중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건전성이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DSR 규제 이전엔 연체자가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카드빚을 갚을 수 있었으나 해당 규제가 시행되며 개인이 질 수 있는 총부채 관리가 시작돼 서민들의 돈줄이 막힌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향후 카드사의 건정성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카드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접적인 수익 감소보단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큰 것으로 파악됐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 지표를 세심하게 체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한 대응 역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제는 서민들"이라며 "카드사의 경우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카드론마저 막힌다면 서민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대부업체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는 DSR규제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카드론을 중심으로 한 가계붕괴가 현실화 될 수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의 건전성 유지가 생존의 한 전략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진정을 위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시행중인 고위험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기준 강화를 한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자산건전성 분류시 고정이하여신 기준을 유예하는 것 역시 사태 해결을 위해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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