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지난해 9월 모든 경영권을 내려 놓은지 1년만의 일이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강 전 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투명경영이 그룹의 생명이라고 강조하던 내가 파렴치한 기업인으로 치부될 위기에 처했다”며 “명예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 강덕수 前STX회장/뉴시스

앞서 지난 5월 강 전 회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에 따른 2843억원의 배임 혐의, 회사 자금 557억원 횡령 혐의, STX조선해양의 2조3264억원 상당 분식회계 혐의,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한 9000억원의 사기대출 및 1조7500억원 상당의 회사채 부정발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강 전 회장은 “구치소에 수감 된 후 격리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회환을 느꼈다. 기업을 경영하며 보람과 자부심도 느꼈는데 참담한 현실 앞에서 어떤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돌아보며 후회를 많이 했다”고 변론했다.

지난 7월 1차 공판에서도 강 전 회장은 변호인의 모두진술이 끝난 후 “회장으로서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산업은행과 임직원들에게 고통을 안겨 준 것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진술했다.

이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일한 임원들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은 모두 내가 부족한 탓이다. 그룹을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무리한 부분이 있었고,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달게 받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검찰은 이날 강 전 회장에게 “STX그룹의 회장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사실상 모든 범행을 주도했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강 전 회장은 1950년생으로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 제2의 김우중이라 불리며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주인공이다. 30년 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50세에 뒤늦게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사명을 STX로 바꿨다.

강 회장은 설립당시 5000억원 수준이던 그룹 매출액을 19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자산 규모로 재계 서열 13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STX그룹은 공격적인 경영이 되려 부메랑이 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 주요 계열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 9월 강 회장은 채권단의 경영권 박탈에 대해 월권행위라며 반발했지만, 회사를 살리겠다며 채권단에 모든 것을 양보했다.[미디어펜=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