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 장중 1950선 붕괴 등 국내 증시가 대혼란에 빠지자 금융당국이 ‘한시적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정책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실제로 과거사례를 보면 공매도 제한조치가 코스피 지수 하락을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0일 공매도 한시적 금지 카드를 꺼내들며 주가지수 방어에 나섰다. 공매도(空賣渡)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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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공매도는 주가상승 시에는 가격거품을 빼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하락 시에는 낙폭을 지나치게 키우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특히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공매도 금지에 대한 요구가 많이 나온다. 개인들은 공매도 거래를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내놓은 카드는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는 아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장 마감 직후 “앞으로 3개월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대상을 확대하고 공매도 금지기간도 10거래일(2주일)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의 경우 당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하고 공매도 거래대금이 직전 40거래일 평균 공매도 규모보다 3배(원래는 6배) 이상 증가하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다. 코스닥의 경우 기존 5배까지 공매도가 늘어야 과열종목 지정을 해왔던 것을 2배 수준으로 기준을 낮췄다. 공매도 금지기간 역시 현행 1거래일에서 10거래일(사실상 2주)로 크게 늘어난다.
언뜻 상당히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여당 쪽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을 정도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방침이 나온 이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확대로 그칠 게 아니라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반대편에는 공매도 금지조치 자체의 효력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두 차례 시행된바 있다. 그렇지만 2008년 금지기간에 코스피는 3.4%, 2011년에는 무려 12.1%나 하락했다. 개별종목 단위로 일부 투자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시장 전체로 봤을 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종목별로 봤을 때에도 공매도 거래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로 지난 9일 공매도 거래 대금은 1711억원에 달했다. 이는 이날 하루 전체 코스피 공매도 거래 대금 전체의 약 20%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대형주들의 경우 주가 움직임이 무거운 편이고 거래대금 규모도 커서 현재 정부가 내놓은 ‘공매도 제한’ 조건에 부합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결국 이번 조치는 정책의 방향성이나 강약조절에서 전부 실기(失機)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은 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특히 이익보다 손실에 지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게 개인 투자자들의 특징”이라면서 “사실상 효력이 없는 것으로 이미 드러난 카드를 반복하는 것은 시장심리 반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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