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빠진 민주주의가 만들어낼 괴물체제를 우려하며
소수의 목소리 입막음 넘어 적폐로 몰아 말살…정의롭지 못한 정의에 매몰된 대한민국
편집국 기자
2020-03-15 13:01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나는 요즘,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해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난 뒤로부터 사무치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 두려움은 결코 방구석에 틀어박혀 세상을 곁눈질하며 느낄법한 자조 섞인 푸념이 아니다. 이 두려움은 현실 그 자체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위협하는 공포다. 


혹시 당신이 이러한 실존적 공포에 공감한다면 당신도 '외톨이'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당신이 이러한 공포의 위험성에 대해 소리치고 다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에게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아마 당신은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고 '정치병'에 걸린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일 것이다. 


사실 주변인들이 당신에게 핀잔을 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게 이런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은 회의적이고, 또 대개 이런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은 항상 분노에 차있어서 피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분노할 게 없으면 분노할 게 없다는 사실에 분개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분명 이들의 분노는 피곤하다. 하지만 이들의 분노는 정의롭다. 


우리의 현실은 끊임없이 불안정하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기대하는 건 오히려 사치다. 차라리 어제 같은 오늘이었으면 족할 뿐이다. 인간의 죄성은 끊임없이 현실을 이상과 멀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윈의 예언처럼 우리는 결코 멸망하지 않았다. 우리의 생존은 단순히 진화로 환원되지 않는다. 한 서린 '정치병'자들의 분노, 그 분노는 우리를 극단에서부터 벗어나게 해줬다. 


이제야 자리를 잡을 것 같으면 문젯거리를 끄집어 내고, 잘 해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퉁명스럽게 충고랍시고 한마디씩 던지는 정치병자들의 말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항상 외롭다. 이들은 언제나 소수였고 앞으로도 영원히 소수일 것이다. 이것이 이들이 짊어질 운명이다. 하지만 분명 우리의 역사는 이들의 거룩한 분노에 빚을 졌다. 


이들의 분노는 거룩하다. 이들은 영원히 탄압받을 운명을 지녔다. 끊임없이 이들의 목소리를 잠재울 시도가 있었다. 무엇이 이들의 입을 닫게 만들 수 있는가? 사실 답은 간단하다. 이들이 소수라는 본질적인 존재적 사실, 그거면 족하다. 분개하는 자들은 소수고, 그것을 싫어하는 자들은 다수라는 사실, 그게 이들의 입을 막을 방법이다. 


그렇게 다수는 민주주의를 앞세운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앞세워 소수의 입을 막는다. 민주주의를 앞세우는 건 꽤나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민주주의는 좋은 것 아닌가? 그 위대한 다수결의 원칙 앞에서 누가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 어느 누가 감히 민주주의는 나쁜 것이라 말할 용기가 있겠는가? 


   
자유가 박탈된 민주주의에서 소수의 분노가 설자리는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민주주의는 결코 정의로울 수 없다. 정의는 원래 온전한 것이 아니다. 정의는 끊임없이 정과 반의 혼란 속에서 합으로 나아가는,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조화로운 것이다. 민주주의에 반은 없다. 민주주의에는 오직 정만 있을 뿐이다. /사진=청와대


나는 기꺼이 소수의 편에서 말하겠다. 그렇다, 민주주의는 나쁘다. 다수의 이름으로 짜증 나는 소수의 입을 막아버리는 것, 그것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결코 정의로울 수 없다. 정의는 원래 온전한 것이 아니다. 정의는 끊임없이 정과 반의 혼란 속에서 합으로 나아가는,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조화로운 것이다. 민주주의에 반은 없다. 민주주의에는 오직 정만 있을 뿐이다. 


내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뒤에 실존적인 두려움을 느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점점 민주주의로 가까워지고 있다. 자유가 박탈된 민주주의에서 소수의 분노가 설자리는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공포는 '민주화'가 되어간다는 사실에 광분하고 적폐를 청산하자고 외치는 바보들의 함성에 더 커질 뿐이다. 이들은 기꺼이 소수를 적폐라 한다. 그리고 이들은 기꺼이 적폐를 주적이라며 말살하자고 한다. 


결국 바보들은 민주주의를 앞세워 소수의 목소리를 냈던 금태섭 의원을 쫓아냈다. 참으로 두렵다. 과연 이들은 알까? 이들이 그렇게 칭송하는 '민주주의'가 저 끔찍한 북한 체제를 만들었고. 히틀러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이들은 알까? 


북한은 '자유'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이 아니다. 북한은 그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일 뿐이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 또 다른 히틀러가 나타나진 않을까? 아, 그날이 속히 올까 두려운 밤이다.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성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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