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종금(종합금융사) 업무 라이선스가 만료되는 메리츠종금증권이 내달 6일부터 ‘메리츠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변신에 나선다. 이미 자기자본은 초대형IB 요건인 4조원에 근접한 상태인 만큼 이르면 내년에 인가를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단, 당국 규제에 따라 새로운 사업구조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6일부터 메리츠종금증권이 ‘메리츠증권’으로 새 출발을 한다. 종금 라이선스 만료에 따른 이번 변신은 자연스럽게 초대형 IB를 향한 도약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타사들이 초대형IB 진출을 위해 유상증자 등 인위적인 자본확충을 선행해야 했던 것과 달리 메리츠증권은 이미 3조 9843억원까지 자기자본을 불려놓은 상태다.

   
▲ 사진=메리츠증권


지난 2010년부터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는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립으로 메리츠증권을 분기별 1000억원대 순익을 올리는 강한 증권사로 발돋움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메리츠증권은 8분기 연속 순익 1000억원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IB 중심의 사업모델을 만들어둔 것도 종금 라이선스 만료 이후를 상정한 최 부회장의 복안이었다. 작년만 해도 인도 에델바이스 그룹의 주택금융펀드에 4억2500만 달러(약 5034억원)을 투자하고, 미국 항공기 리스업체 ACG의 항공기 24대(약 8000억원)를 매입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대체투자를 전개했다. 

이에 메리츠증권의 작년 순이익은 5546억원을 달성해 사상 최대 실적기록을 갈아치웠다. 업계 안팎에서는 특별한 조치 없이도 올해 이익증가로 인해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은 충족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연스럽게 연내 초대형 IB 인가신청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가지 변수는 올해 회사 밖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주로 상반기에 집중되는 IB분야 대규모 투자의 불확실성을 높여놓고 진행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이에 메리츠증권 뿐 아니라 증권업종 전체의 실적전망이 다소 어두워진 상태다.

금융당국이 오는 2021년 7월까지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100% 이하로 맞추도록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안을 내놓은 점도 메리츠증권에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대비 채무보증 비율은 140%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결국 메리츠증권은 변화된 규제환경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느냐의 변곡점에 서 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김현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과거 양질의 대출 위주의 사업을 구가했다면 이제는 딜과 자금운용을 통한 투자와 포트폴리오로 사업모델이 변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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