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화자찬…정부, 세계의 표준이 되고 싶다면
오락가락 정책이 국민 혼란 부추겨…대책없는 인기영합 말 정치가 문제
편집국 기자
2020-03-16 14:41

   
신용구 소설가·정신과전문의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출현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 땅에 상륙한 지 50여 일만에 8천 명이 넘는 확진자와 70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내고 있다. (16일 0시 기준 확진자 8236명, 사망 75명) 


초기에 비교적 조절이 잘 되고 있다고 믿었던 코로나 문제가 신천지라는 종교 단체를 통해 대구지역에서 폭증하면서 한국의 코로나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민관이 동분서주한 결과 환자 발생 수가 줄어들고 치유자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 상황이 통제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묘한 긍정적인 상황 변화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자신들의 코로나 대책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을 벌이며 자화자찬하기에 여념이 없다. 아직은 이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한국 정부의 대처 방식이 세계 표준이 되고 있다면서 외국 언론이 지목한 몇 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자기 자랑질에 바쁘다. 


그런데 우리의 뒤통수를 치듯 정부가 숨 가쁘게 긍정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마구 내던지며 최면을 걸던 이 와중에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와 사망자가 하루가 다르게 폭증하고 자유롭게 넘나들던 국경까지 봉쇄되었다. 급기야 뉴욕을 비롯한 전 세계의 주요 주식시장의 주가가 폭락했다. 192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모두가 바이러스의 공포에 질린 탓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희망 섞인 볼멘소리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 하나하나가 코로나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부 측으로서는 맥이 빠지는 일이겠지만, 코로나를 바라보는 이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아 큰 걱정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잠시 주춤하자 정부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자신들의 코로나 대책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을 벌이며 자화자찬하기에 여념이 없다. 아직은 이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한국 정부의 대처 방식이 세계 표준이 되고 있다면서 외국 언론이 지목한 몇 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자기 자랑질에 바쁘다. 사진은 지난 12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 설치된 코로나19 '충남대구1 생활치료센터'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내 콜센터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 120여 명에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그 가운데는 증상을 갖고서 경기도와 인천을 거의 한 달여에 걸쳐서 전철을 이용해 무심코 오간 분도 있다고 한다. 


보험회사 콜센터 사건이 터지자, 정부와 서울시에는 이 사건을 콜센터나 그와 유사한 특수한 상황에서의 집단감염 문제로만 한정해 보려고 하는 것 같아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정말 정부의 시각처럼 좁은 공간에서 오밀조밀하게 모여 앉아 일하는 사람들만 위험한 걸까?   


활동성이 강한 젊은 근로자들이 한 달여 동안 전철을 통해 도시를 누비는 동안, 그들과 접촉했던 일반 시민들은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하루가 다르게 기승을 부리며 활개 치는 극성맞은 유럽의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리 한국에서의 바이러스 감염자는 점차 줄고 있다. 


감염자가 줄고 있는 이유는 당국의 방역 대책이 효과를 보인 때문인가 아니면 한국과 유럽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종이 다른 때문일까. 왜 한국의 바이러스는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순한 양처럼 상대적으로 조용할까. 


신도림동의 콜센터 감염자들은 최근에 새롭게 감염된 사람들일까 아니면 기존의 감염자를 우연히 찾아낸 것일까.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를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의문을 갖게 되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신천지 문제로 대구에만 집중하는 동안, 타  지역 방역에 구멍이 나서 콜 센터 사건이 터진 경우다. 만약에 그렇다면 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이 사건은 바이러스가 이미 지역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증거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것도 통제의 범위를 넘어선 최악의 상황 말이다. 


문제는 우리가 코로나의 현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인지, 예후는 어떤지, 치사율은 얼마인지, 어떤 사람들이 더 취약하고 어떤 사람들이 더 안전한지, 또 현재 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들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되는지, 앞으로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인지 등등 궁금한 것이 참으로 많다.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출현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 땅에 상륙한 지 50여 일만에 8천 명이 넘는 확진자와 70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있고 우리 골목 상권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고 있는 이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이유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에 따른 공포라고 단적으로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이와는 또 다른 공포가 하나 더 있다. 생존을 위협하는 사회적·경제적 공포에 대한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다. 


신천지라는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사회적인 낙인이 찍혀 매장을 당하고,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문을 닫는 가게가 수두룩하다. 기계적으로 보름 동안 가게 문을 닫게 하는 책 때문에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몸을 숨기고 입을 꼭꼭 닫아 단단한 비밀을 만들게 된다. 이 때문에 강압적인 정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가 만약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의 세계 표본이 되고 싶다면, 방역은 전문가에게 맡겨 두고 바이러스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과 공포를 경감시키는 데 먼저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국민의 60~70%가 감염 될 것이라 말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이 바이러스의 감염에서 자유로울 국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릴 용기가 이 정부에게도 필요하다. 어리석은 정보와 무지 때문에 의미 없는 기대를 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의 고문이자 또 다른 공포가 될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말처럼, 이 코로나바이러스와 친구가 되어 이 공포에 맞서보는 것은 어떨까. 방역 당국을 통해 나온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일단 한국의 치사율은 1%에 못 미친다. 코로나가 유행한 국가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사망자도 대개 70세 이상의 고령자에 국한되어 있다. 대다수 젊은 사람들은 감염이 되어도 어렵지 않게 이 병에서 회복이 되고 있다. 경제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 젊은 사람들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런 결과를 놓고 생각해보면, 취약자들을 위한 세심한 대책을 마련한 다음 이제는 국민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가서 용기 내어 바이러스와 싸워보자고 호소해볼 만한 적당한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인간의 면역체계라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성질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면에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무지에 따른 공포와 경제적 손실에 따른 불안과 두려움이 뒤섞인 국민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고려한다면, 이젠 일상으로 돌아가서 바이러스와 싸우자는 정부의 외침이 국민에게 목마름을 적시는 한줄기 단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의사가 수술은 매우 훌륭하게 했는데 사람이 죽고, 엄청나게 약을 써서 병은 고쳤는데 몸이 망가지는 일도 있다. 지나치면 무엇이든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정부가 진정 코로나 사태를 해결한 세계의 표준이 되고 싶다면,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해서 국민에게 바이러스 문제를 소상하게 알리고 이 세상에 만연한 국민의 공포부터 거두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하겠다. 


이 정부가 국민의 애달픈 가슴을 짓누르는 이 무서운 공포를 다스릴 수만 있다면 굳이 스스로 내세우지 않아도, 세계의 표준이 되는 것은 떼놓은 당상이 아닐까 싶다. /신용구 소설가·정신과전문의


[신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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