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1.25%에서 0.75%로 인하
부동산으로만 쏠릴 가능성 높아 우려
"구매자 관망과 심리적 위축 불가피"
   
▲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전격적으로 인하했다. 한국도 0%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금리 인하의 효과가 당장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금리가 낮아져 돈이 더 많이 풀릴수록 생산적인 부문에 많이 쓰이기보다는 부동산으로만 쏠릴 가능성이 높아 비규제지역 등의 풍선효과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16일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주택 시장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보통 금리와 부동산 가격은 반비례 관계지만, 수요가 많은 주요 지역에 이미 대출 규제가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이 막혔기 때문에 대출 금리 인하가 수요 견인과 집값 상승으로 직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보다 코로나19 장기화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조기종식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로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겠지만, 연준의 '빅컷'이 경기침체에 대한 시그널로 작용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은 이자 부담 경감, 레버지리 효과가 기대되기 보다는 경기 위축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급격한 시장 위축을 방어하는 정도에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그칠 전망"이라며 "자산상품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도 장기적으로 구매자 관망과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반적인 주택 거래량 감소와 함께 가격급등 피로감이 크거나 대기수요가 취약한 지역 또는 과잉공급지역 위주로 가격조정과 거래시장의 하방압력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고가주택의 여신 및 세금부담이 강화된 상황에서 일부지역은 시장 급랭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금리 인하로 중도금 대출을 받고 있는 기존 분양 계약자들의 금리 부담은 크게 줄어들게 됐다.신규 분양은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함 랩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도 있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대기 수요가 있는 양질의 사업장 위주로 청약수요가 재편되면서 시장 쏠림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며 "분양가가 낮은 '로또 아파트' 청약은 더 뜨거워지겠지만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곳이나 비인기지역은 미분양 증가를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급격한 금리인하로 인한 자본유출 가능성과 주택시장 자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저물가·저성장으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종전까지 제기돼 왔지만, 코로나19가 국내 확산했던 지난달 27일 열린 금통위에서도 한은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인하를 보류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까지 급속하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각국의 증시가 폭락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경제 충격이 예방 밖으로 클 것이라는 신호가 연이어 감지되자 한은은 정책 기조를 긴급히 바꿔 16일 '빅 컷'을 단행했다.

문제는 이제 금리가 연 0.75%로 떨어지면서 앞으로는 통화정책 측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한국의 경우 선진국과 달리 급격한 금리 인하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도 상당하다.

여기에다 주택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큰 걱정거리다. 금리가 낮아져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릴수록 생산적인 부문에 많이 쓰이기보다 부동산으로만 쏠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저금리로 낮아진 대출금리가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