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시간 미뤄져 준비 시간 길어진 것…금리 더 낮아질 수 있어 불안"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기존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연장되며 보험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IFRS17 도입이 미뤄짐에 따라 신(新)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와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일정도 순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여의도 전경/사진=미디어펜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회계 표준을 정하는 민간단체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IFRS17 도입 1년 연기 안건을 IASB 위원 14명 중 12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을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 회계처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원가 평가가 보험 계약을 맺은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방식이라면, 시가 평가는 결산기마다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를 반영해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원가 평가 방식은 보험부채가 한번 확정되면 그에 맞춰 책임준비금을 쌓으면 되는 것에 반해 시가 평가는 해마다 보험부채가 달라져 책임준비금 규모도 그때그때 달라진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보험료를 굴려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적립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적정 기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도 늘려야 한다.

이에 보험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초저금리 국면이 펼쳐진 만큼 생존을 위해서라도 도입 연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특히 국내 보험사들은 과거 고금리를 약속하고 팔아둔 저축성 상품을 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부채가 막대하게 늘어나 재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인만큼 이번 도입 연기는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자본 확충 부담에 시간을 더 가졌다는 점에서 IFRS17 연기에 안도감을 가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시스템을 안정화된 시간까지 벌어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최저 금리일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도입 시간이 미뤄져 준비 시간이 길어진 것일 뿐 향후 더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마음을 놓긴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IFRS17 도입이 미뤄지자 이와 함께 적용할 예정이었던 킥스(K-ICS)와 LAT 강화 일정 역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킥스 역시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평가 시점의 시장가치로 산출하는 등 제도 도입에 따른 변화가 큰 만큼 1년 더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LAT 책임준비금 적립기준 강화 일정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LAT는 장기간에 걸친 보험부채의 현재 가치금액과 회계장부상 보험부채의 차이를 매년 책임준비금(부채)으로 적립해 단계적으로 시가평가에 근접시키는 제도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결정을 내긴 어려운 사안"이라며 "금융당국과 보험사 등 관계기관간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IFRS17 시행 시기가 2022년으로 연기된 것을 반영해 2019년 말 기준으로 작성되는 재무제표부터 LAT 책임준비금 적립기준 강화 일정도 1년씩 미룬 바 있다. 

한편, IFRS17은 당초 2021년 도입 예정이었으나 보험사들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2022년으로 한 차례 미뤄졌고, 이번 또 한 번 연기되며 IFRS17 도입은 총 2년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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