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조원 규모 금융대책…"빚보다 직접 지원 필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감염시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경제 선진국들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속속 대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폭풍’이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실물경기는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충격파가 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 위기감은 항공, 여행레저, 유통업은 물론, 산업·금융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용 가능한 정책과 자금지원, 규제완화 카드를 동원해 후폭풍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미디어펜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사상 초유의 위기’를 넘어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긴급제언, 기업부터 살리자⑥]금융위기 지원책, 기업 위주로 집행돼야

한국은행이 ‘0.5%포인트’라는 과감한 금리인하를 단행했음에도 코로나19로 야기된 금융혼란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재정확대(추경)가 불가피하다는 판단과 함께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 소집했다. 한미 통화스와프와 증권시장안정기금,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지금까지 나온 지원책만 해도 ‘금융위기’ 상황에 필적할 만한 대안들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돈의 규모보다 지원의 ‘방법’이 기업 중심으로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 지난 19일 코스피 지수는 8.39% 폭락하며 1460선이 붕괴됐다. /사진=한국거래소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오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에서 연 0.75%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까지 열어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01년 9‧11 테러 때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사흘 뒤인 지난 19일 밤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600억 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통화교환’을 의미하는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 상호 교환하는 외환거래를 의미한다. 한미간 통화스와프 계약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면서 국내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 지표들은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에 40원 폭등한 1285.7원으로 마감됐지만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에 개장한 20일장에서는 1246.5원으로 39.2원 내려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기준금리 인하로도 회복되지 않던 주가지수 역시 다소나마 상승했다. 지난 19일 무려 133.56포인트(-8.39%) 폭락해 1457.64까지 떨어진 코스피 지수는 20일에 7.44% 급등하면서 1500선을 회복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어느 정도 회복의 흐름을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패닉’ 상태에 빠진 금융시장 상황을 원상복귀 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한미 스와프 체결에 대해 “환율에 대한 불안감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통화스와프 체결만으로 주식‧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고 보긴 힘들며 위기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통화스와프 체결 외에도 시장안정조치를 추가로 추진한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따른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권과 공동으로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최소 10조원 이상 규모로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규모와 방안은 다음 주 열리는 비상경제회의에서 확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안정펀드의 투자대상에 회사채와 금융채, CP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서울 중구 은행회관 회의실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8개 주요 은행장들이 자리했다.

   
▲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 회의실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 자리에서 은행장들은 채권안정펀드가 적시에 집행될 수 있도록 기존 약정대로 10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기여하기로 합의했다. 자금소진 추이를 보면서 펀드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증액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특히 은행권은 긴급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을 위해 초저금리(연 1.5%)로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해서도 다음달 1일부터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물경 50조원 수준의 다양한 금융지원책이 가동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이 준비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슈퍼마켓연합회는 지난 20일 정부 대책과 관련한 논평에서 “경영자금을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초저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대출이라는 또 다른 ‘빚’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빚으로 남는 대출이 아니라 현금 지원, 세제 감면 같은 직접적인 지원을 원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은 수입이 감소해도 임차료, 이자, 세금 등 고정비용 지출 때문에 현금흐름에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자금상환 유예, 운전자금 신규 대출, 고정비용 경감 및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한시적으로나마 직접적인 소득이전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