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폭풍 확산…글로벌 공급망 위협·수요 축소 위기감↑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위협받고, 수요 감소가 예상되면서 제조사들의 경영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지역을 강타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의 조업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 반도체 생산라인의 클린룸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는 지난 17일 정부 지침에 따라 3주간 미국 프리몬트와 리버모어 지역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은 임직원 1만여명에게 순차 재택 근무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도 캘리포니아 본사 인원이 재택 대기 중이다.

램리서치, ASML, AMAT는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제조사다. 글로벌 장비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업체들의 경영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기술 차별화 전략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규라인 증설 등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시황 악화 신호도 커지고 있다. 당초 올해 반도체 수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됐던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 지속 여부에 대한 확신이 줄면서 성장세 전환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IDC는 최악의 경우 올해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대비 12% 이상 줄고, 역성장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전분기 대비 2% 줄어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이 느끼는 오더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서버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2분기에 두자리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활동이 점점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의 투자 및 영업 활동에 대해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 시장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 감소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초 0.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올해 전세계 TV 수요가 전년대비 3.6%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반기 중국, 유럽, 미국 등 핵심 시장의 TV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LCD 패널 수요 역시 TV 수요 부진이 반영되는 2분기 이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산업과 연관성이 큰 스마트폰 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는 중국 시장의 올해 스마트폰 수요를 3억8500만대에서 3억28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실물경제가 얼어붙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판매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에서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각국의 입국 금지 이동 제한 확대 유통점의 영업 중단으로 2분기 IT 제품의 판매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 이라며 “스포츠 일정의 중단 및 도쿄 올림픽 연기 가능성이 제기된 점을 감안하면 IT 업종의 실적 하향 폭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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