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야외 공연...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16명이 숨지는 등 27명의 사상자를 낸 안전불감증이 부른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났다.
 

   
▲ 경기 성남 판교 환풍구 덮개 붕괴사고현장에서 국과수 직원들이 사고원인 등을 찾는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고는 17일 오후 5시50분께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에서 진행된 인기 걸그룹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 관람객들이 환풍구 철제 덮개 위에 올랐다가 덮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지하 4층까지 이어진 환풍구는 누구나 쉽게 올라설 수 있는 구조였고, 공연장 일대에 700명 넘는 관람객이 몰렸지만 현장에서 안전조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판교밸리 입주기업의 임직원과 지역주민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당초 기획 취지와는 달리 하룻밤의 끔찍한 악몽으로 끝났다.

환풍구 덮개 하중 못 견뎌 붕괴

환풍구는 가로 4m, 세로 3m 너비로 철제 덮개 6개가 덮여 있는 형태이다. 이 철제 덮개는 용접을 통해 고정하지 않고 얹혀져 있는 구조다.

환풍구 내부는 지하 4층 주차장으로 이어져 깊이만 15m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밖으로 노출된 환풍구의 높이는 주변 인도보다 불과 1.2m 정도 솟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올라설 수 있는 높이다. 환풍구 주변에는 올라서지 말라는 주의 안내문이나 경고문조차 없는 상태였다.

   
▲ 경기 성남 판교 환풍구 덮개 붕괴사고현장에서 국과수 직원들이 사고원인 등을 찾는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고를 당한 사상자 27명의 몸무게는 1인당 평균 60㎏으로 잡으면 대략 1.7t에 이른다. 그러나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다리에 힘을 주면 철제 덮개에 가해지는 하중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철제 덮개가 견뎌야할 하중은 법적인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 보려고 무리하게 환풍구 올랐다가 참변

경찰은 사상자들이 인기 가수들의 공연 모습을 좀 더 잘 보기 위해 높은 곳을 찾다가 환풍구 위에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환풍구에 오른 관람객들은 공연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 들었고 철재 덮개에 무게가 쏠리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행사장 사고 현장.
당시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직전 공연사회자가 "위험하니 내려와달라"라고 몇 차례 경고방송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행사주최 측은 안전요원들로 하여금 직접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았으며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는 더 이상 경고 방송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700명 모인 공연장에 안전요원 턱없이 부족

주최 측은 700명 넘는 관람객이 몰렸으나 무대를 중심으로 안전요원을 배치했을 뿐 그 외 지역에 대한 안전조치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최측이 마련한 관람석 515석은 걸그룹 등 인기 가수들의 공연 소식에 일찌감치 채워 졌다. 때문에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무대와 20여m 떨어진 잘 보이는 환풍구 위에 올라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 17일 오후 5시50분께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판교 테크노밸리축제' 축하 무대 도중 환풍구가 붕괴되면서 27명이 10여m 아래 바닥으로 추락,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행사진행요원들은 무대 주변 통제에만 신경 쓰기 바빠 20여m 떨어진 환풍구 주변은 물론 그 위에까지 관람객들이 몰렸지만 안전시설이나 요원은 배치되지 않았다.

행사에 참여했던 일부 관람객들은 "공연이 있는 무대 쪽에만 안전요원 3~4명이 있었다. 인기 가수 공연을 하면서 안전대책을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안전불감증을 질책했다.

경찰은 행사 주최·주관 측 관계자들을 불러 안전관리와 업무상 과실여부 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또 사고 당시 환풍구 주변에 안전요원이 보이지 않았다는 목격자 증언과 관련, 안전요원 배치 여부와 사고 이후의 대처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가족 잃은 슬픔에 악플까지 두 번 우는 유가족

성남 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가족 또는 친구의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가족들이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빈 빈소만 지키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삼키며 꿈만 같은 현실에 곳곳에서 통곡소리가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종 포털에 악플들까지 올라 와 유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다. 유가족들은 어처구니없이 떠난 가족과 친구들이 네티즌들로부터 비난받는 모습에 "아무런 죄도 없는데 안 좋은 글들이…"라며 울먹였다.

유가족들은 "올라가지 말아야 할 곳에 올라간 것은 잘못이지만 안전장치가 제대로 됐다면, 통제가 제대로 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사고가 난 곳이 정식 공연장도 아니고 그냥 공원인데, 사람들이 얼마나 몰릴 것인지에 대해 조금만 대비하고 안전에 신경을 썼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상자 27명 신원 모두 확인

추락사고대책본부는 18일 사상자 27명에 대한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숨진 16명 가운데 신원확인이 안된 7명의 지문감식을 경찰에 의뢰해 모두 신원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정연태(47)씨와 권복녀(46·여)씨는 부부인 것으로 확인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부상자 11명 가운데 5명은 중상, 6명은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사망자 명단(16명)

▲기흥강남병원= 윤철(35) ▲서울삼성병원= 홍석범(29) ▲차병원= 방극천(40) ▲분당 서울대병원 = 조대희(35) ▲분당 제생병원= 정연태(47), 김성대(40), 권복녀(45·여) ▲성남중앙병원 = 이인영(42), 강희선(24·여), 김효성(28), 이영삼(45), 손진호(30), 장혜숙(39·여), 김민정(27·여) ▲도원요양병원 = 윤병환(48), 최영철(42).

◇부상자 명단(11명)

▲분당차병원 = 김한울(29), 김홍철(39), 장세종(34), 정국화(30·여) ▲분당 제생병원 = 최윤석(50), 윤대성(40), 정석용(45) ▲강남세브란스 = 김소연(20·여) ▲분당서울대병원 = 천재웅(41) ▲성남 정병원 = 이미정(31·여), 한은희(32·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