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문책경고 중징계·국민연금 반대에도 연임 성공…금융당국과 갈등 심화 불가피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금융당국과의 갈등을 무릅쓰고도 손 회장의 연임을 강행한 만큼 금융당국과의 대립구도는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제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손 회장은 오는 2023년 3월까지 우리금융을 3년 더 이끌게 됐다.

손 회장의 연임은 마지막까지도 불투명해 보였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부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금감원은 지난 5일 DLF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통보했다. 문책경고를 받은 임원은 통보받은 날부터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손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중징계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 손 회장의 연임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우리금융 지분 7.71%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지난 19일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을 침해한 이력이 있다”며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연임에 또 한번 제동이 걸리는 듯 했다. 그럼에도 손 회장이 이사회와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조직 안정과 실적 개선 등이 꼽힌다.

앞서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손태승 후보가 성공적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검증된 경영능력과 안정적인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을 갖췄다”며 손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은행에서 지주로 지배구조를 재편한 지난해 1조90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경상기준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저금리 기조 등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증가세를 보였으며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0.58%와 9.44%를 기록했다. 

손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금감원과의 대립 구도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은 여전히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과의 갈등이 시작된 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사례에 대해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고 그 외 피해자들과 자율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DLF 사태에 대해서 “부담스러운 면은 있지만, 사태 발생 후 손 회장이 고객 피해 최소화와 조직 안정을 위해 신속하고 진정성 있게 대처하는 과정 역시 금융소비자 보호를 통한 우리금융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해 향후 불완전판매가 또 다시 드러날 경우 추가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다음달 중으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현장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연임에 성공한 손 회장은 우리금융의 숙원인 완전 민영화와 증권사·보험사 등 비은행부문에 대한 대형 인수합병(M&A)를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확충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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