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주식투자를 위해 대기 중인 투자자예탁금이 사상 최대 수준인 4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폭락장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100조원 규모 시장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미국장이 기록적인 폭등세를 나타내면서 이들 자금의 상당수가 금명간 증시투자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지난 23일 기준으로 39조86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역대 최대규모다

   
▲ 사진=연합뉴스

투자자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을 의미한다. 보통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자금 성격으로 간주된다.

이 투자자예탁금은 작년 말 27조원 수준에서 올해 1월 말 28조 7000억원, 2월 말 31조 2000억원으로 늘어나더니 이달 들어 급증세를 나타내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동안 8조 6000억원이 폭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와 국제유가 폭락 등 주가지수가 급락하자 저가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자금이 급속도로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25% 넘게 급락했고, 올해 초 6만 28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4만 8000원선으로 떨어진 상태다.

단기간에 주식이 폭락하자 평소 주식투자를 하지 않던 개인투자자들까지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늘어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식투자에 대한 열기는 수년 전 비트코인 투자를 연상케 한다”면서 “하루 사이로 급등과 급락이 이어지는 롤러코스터 장세인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정부가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8% 넘게 폭등했다. 이후 개장한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를 비롯한 3대 지수가 10%대의 급등세를 나타냈고, 25일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상승한 모습이다. 이에 대기 중이던 자금의 상당수가 주식투자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주가지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당장 내일의 추세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투자에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지표 악화, 기업실적 하향 조정 등 다양한 악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위험신호는 나타나 있다.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반대매매’의 경우 최근 폭락장과 함께 급증세를 나타냈다. 지난 19일 기준 반대매매 금액은 261억원으로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1년 8월 9일(311억원) 이후 8년 7개월 만에 최대 규모까지 늘어났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반대매매가 증가하면 소위 ‘깡통계좌’가 속출해 고스란히 주식시장의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하루하루의 급등‧급락세만 보고 섣불리 주식투자에 나서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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