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총생산량 20년 만에 최저치…만회 절실
EU 완성차 휴업에 부품사도 셧다운…보쉬·ZF·콘티넨털 휴업 장기화 우려
완성차 업계 "제고 물량 아직 여유 있어"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난 2월 국내 완성차 총 생산이 20년 만에 최저치에 머무르며 생산손실 만회가 절실한 상황인 가운데 완성차 업계에 2차 부품쇼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와이어링하네스 공급차질로 곤혹을 치른 국내 업체들이 이번에는 유럽발 부품수급 차질 우려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의 부품들은 핵심 주요 부품들이 많아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은 팰리세이드가 생산된다. /사진=현대차


26일 현대·기아차와 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총생산은 18만9235대에 그쳤다. 2월 기준으로 1999년의 16만9518대 이후 가장 낮은 생산량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1월과 2월이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올해 2월 국내 완성차 생산 감소는 이례적으로 큰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국발 부품수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공장별로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 이상 휴업에 나서기도 했다.

2월 완성차 생산은 2006년(30만6271대)에 처음으로 30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2012년에는 42만1789대를 기록하면서 2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까지 꾸준히 30만대이상을 생산하며 내수와 수출물량 유지해 왔다.

지난 2018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수출 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품수급 문제로 생산차질을 겪으며 지난 2월 역대 최소 생산량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겨우 생산정상화에 돌입한 국산차 메이커들이 이번에는 유럽발 부품수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본격적으로 생산물량이 증가세를 기록해야 될 시기에 이 같은 우려가 맞물릴 전망이어 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완성차 업계와 주요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 완성차 공장이 4월19~24일까지 가동중단을 결정하자 보쉬(전장 및 커먼레일)와 ZF(변속기), 콘티넨털(전장) 등 주요 부품공장까지 잇따라 가동중단 또는 축소를 결정했다.

독일의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이외 자동차 공장들도 짧게는 내달 19일까지 길게는 마지막 주까지 휴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 국가 간 국경통제와 이동금지 탓에 자동차 부품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고 자동차 산업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결정이다.

유럽 완성차 메이커가 가동 중단을 결정하자 이 여파는 고스란히 주요 부품사로 이어졌고 납품물량 조절을 위해 가동 축소 및 공장폐쇄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전장품 전문기업 보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변속기 전문 ZF도 독일 공장 가동을 멈췄다. 유럽 완성차 메이커의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ZF 역시 추가 휴업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콘티넨털 역시 유럽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전 세계 공장의 생산량 조정에 나섰다. 

결국 이들에게 주요 부품을 공급받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지난달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공급 차질로 완성차 5사가 공장 휴업을 겪었던 만큼, 유럽발 2차 쇼크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쌍용차는 벤츠에서 변속기를, 르노삼성은 SM6를 포함한 일부 모델의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MDPS)을 유럽에서 공급받는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디젤엔진의 일부를 유럽 부품사에서 공급받고 있다.

지난달 공급 차질을 빚었던 중국산 부품이 비핵심 저가형 단순부품이라면 유럽 회사의 부품은 대부분이 핵심인 데다 고가의 첨단장비여서 대체가 불가능 하다. 와이어링하네스의 경우 국내생산물량과 함께 일부 해외공장에서도 생산하며 물량조절을 검토 한 바 있다. 

하지만 유럽산 부품들의 경우 이런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유럽 부품사의 핵심부품 대부분이 고가의 장비이고  이에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일단 "현재 재고가 충분한 상황"이라면서도 사태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와이어링하네스의 경우 외부 환경영향에 민감해 많은 양을 보관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유럽부품들은 많은 제고를 쌓아둘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다. 이 부품들의 제고 물량은 약 6~8주 분량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에는 큰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만 이 같은 재고물량이 부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4월 말에는 유럽의 공장들이 재가동에 들어가야 된다는 게 국산차 메이커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국산차가 보쉬에서 커먼레일 인젝터, ZF에서 변속기 등을 가져다 쓴다"며 "이들 부품사들이 중국에 공장을 운영중인데 유럽 공장이 문 닫으면서 중국 의존도가 커지면 자칫 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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