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경제 전문가 설문조사, 90% 이상 국민연금 경영참여 반대
성장잠재력 저하·글로벌 산업구조 급변…기업주도 성장전략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의 불안감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가 우리 기업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독립성과 전문성이 결여된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부의 입김이 경영 보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에 관해 법률, 경제 전문가 43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에 반대하는 의견이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 부산신항에 정박 중인 선박과 컨테이너 야드 전경. /사진=한국선주협회

조사대상 전문가 대다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답변하는 등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기금 운용방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제정 등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더 쉽게 개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글로벌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을 옥죄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기업의 자율성이 저하될 경우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위기 속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시장은 자유경제체제에서 자국보호우선주의로 변화하고 있다”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업구조재편과 정책적 뒷받침 등이 절실하다. 시장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이 외부의 입김 없이 미래 전략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 전문가 중 90.7%(39명)에 달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개입에 찬성한다는 전문가는 7%(3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국민연금의 독립성 부족이다. 조사에 응한 전문가 88.4%(38명)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면 독립적이라고 답변한 전문가는 2.3%(1명)에 불과했다.

기금운용의 독립성 제고방안에 대해서는 정부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42.1%(16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의결권 외부위임 39.5%(15명), 기타(국민연금 민영화, 정보공개 강화, 사후적 견제장치 강화 등) 15.8%(6명), 기금위 별도 공사화 2.6%(1명) 순이었다.

   
▲ /자료=전경련

독립성 제고를 위해 정부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은 것은 기금운용위원회에 정부 측 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위원이 8명(장·차관 5명,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책연구소 원장 2명)에 달할 정도로 정부의 영향력에 취약한 구조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74.4%(32명)로 나타났다. 반면, 전문성이 있다는 의견은 4.7%(2명)에 불과했다. 전문성 확보방안으로는 ‘자금운용을 외부에 위탁해야 한다’는 의견이 51.6%(16명)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 32.3%(10명), 기타 12.9%(4명), 내부역량강화 3.2%(1명) 순으로 나타났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이번 전문가 대상 조사 결과는 독립성과 전문성 부족한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인식을 보여준다”며 “국민연금은 기업 경영 개입보다는 국민의 노후 보장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