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거대 로펌 2개사 끼고 송사 벌여"
메디톡스 "조사 응하지 않은 것 자체가 보툴리늄 균주 동일 자인하는 꼴"
   
▲ 대웅제약·메디톡스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중소벤처기업부가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거부한 대웅제약에 과태료를 매겼다. 앞서 대웅제약은 중요 염기서열이 다르다고 주장한 바 있고, 메디톡스는 균주가 동일함을 대웅제약이 자인하는 꼴이라는 입장이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전날 중기부는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거부한 대웅제약에 대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한다고 사전 통지했다. 중기부의 이 같은 조치는 2018년 12월 중소기업기술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중소기업기술보호법)에 기술침해 행정조사가 도입된 이후 첫 과태료 부과 사례다.

이동원 중기부 기술보호과장은 "중소기업 기술침해행위 행정조사는 가해자가 증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 중소기업이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해소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중기부의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 자체만으로도 균주 도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으로 본다"며 중기부 입장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기부가 이 사건에 착수한 이유는 지난해 3월 29일 전직 메디톡스 직원이 반출한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 관련 자료를 대웅제약이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메디톡스 측의 신고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메디톡스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있었다는 게 중기부 관계자 전언이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은 지난해 10월 중순 데이비드 셔먼 박사의 보고서를 통해 "전체 유전자 분석(WGS)의 직접 비교를 해보니 여러 부분에서 양사 균주가 차이를 보임을 입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유전자 차이를 볼 때 가장 중요하다는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이 상호간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두 회사 균주 간 중요 염기서열이 동일하며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개발기간이 현저히 짧다는 것을 인지했고, 이에 따라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자체 개발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 소재 연구소 현장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중기부에 이 사건을 신고하던 2017년 10월 당시 시가총액이 4조원에 달했는데, 현재는 1조8000억원 규모로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형 로펌 2곳을 끼고 송사를 벌이는 중소기업이 세상에 어딨느냐"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메디톡스는 신고 두어달 후 중견기업으로 등록을 마쳤다"며 "규모로 보면 대웅제약이 오히려 중소기업이라고 봐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과태료 부과와 관련, 대웅제약 측은 "법무팀에 자료를 요청 중이나 현황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 자료 제공이 늦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신고시점의 우리 지위는 중소기업임이 자명한 사실이었다"며 "회계법상 직원 수와 매출 등을 감안해 자동으로 중견기업으로 승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6월 5일 양사의 보툴리눔 균주 분쟁에 관한 예비 판정을 내린다. 양사 간 국내 소송을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ITC 판정 이후 증거를 들여다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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