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위원 상당수 교체·조 회장 경영 능력 등 영향
국민연금, ISS·KCGS 찬성에 반대 이유·명분 없어
KCGI·반도건설, 한진칼 지분 추매해 임시 주총서 공격 가능성 제기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민연금공단이 한진칼·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사내이사 후보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선임에 전격 찬성했다. 국민연금이 조양호 전 회장 때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전날 제8차 위원회를 개최해 한진칼·대한항공 주주총회 안건의 의결권행사 방향을 심의했다며 사내이사 선임의 건 중 조원태 후보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확히 1년 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조양호 선대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국민연금의 결정을 선회토록 한 것일까.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해 한창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일었고, 각종 사법 처리 과정이 얽혀있어 수탁위가 혼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결정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있지 않아 비정상적인 결정을 내려 기업 가치를 깎아내렸다는 부정적 평가가 잇따랐다"며 "수탁위원들이 2명 빼곤 다 바뀐 것이 조원태 회장 지지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조원태 회장이 경영 투명성 제고 노력을 해했고 국민연금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지난해 6월 조 회장이 IATA 총회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는 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 KCGS가 조 회장을 지지하는 배경이다. 국민연금이 이 의견을 뒤집을만한 이유 내지는 명분이 없었다는 것도 한 몫했다.

대항 세력의 논리가 국민연금을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KCGI 등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측은 대한항공-에어버스 간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제기했으나 이와 관계된 사법부 판결도 없어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원태 회장의 능력 또한 국민연금 지지를 얻어내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은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업계 맡형인 대한항공은 유일하게 2909억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사내 노동조합들이 조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이 같은 종합 판단에 따라 국민연금이 조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조 회장이 국민연금을 등에 업고 주총에서 승리할 것이란 게 지배적 관측이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KCGI와 반도건설은 꾸준히 지분을 추매해왔고, 임시 주총을 통해 조 회장 끌어내리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 조 회장이 승기를 잡은 건 맞지만 지속적인 공격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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