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서청원‧홍문종, 각당 비례대표 후보 2번 배치
"이번 총선은 정말 노역의 발산이다" 정치권 힐난
   
▲ 조성완 정치사회부 기자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정치와 경제 새판 짜기에 모든 걸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일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겠다.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 당적도 버리겠다."

지난 2016년 10월 20일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지른 일성이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던 그는 2020년 3월 26일 민생당 비례대표 2번을 배치 받았다. 당초 손 위원장은 이번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설이 돌았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등을 고려해 비례대표 후보 출마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전략상 간판인물인 손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성이 있다는 명분이다.

‘백의종군’할 것으로 예상됐던 손 위원장이 험지를 피한 것도 모자라 비례대표 2번에 배치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판을 넘어 “추하다”라는 원색적인 힐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친박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우리공화당 의원도 비례대표 2번을 배정 받았다. 서 의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보수의 몰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탈당했다. 

그는 탈당 선언 당시 “노병은 결코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 나도 마찬가지”라면서 “이제는 내가 당에 도움을 줄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들의 정치 불신에 대해 “국민의 분노를 자처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이제 연부역강한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를 바로 세워주시고,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열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에서는 8선의 서 의원이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감하면 정계를 떠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는 지역구 출마도 아닌 비례대표 후보로 후배 정치인들의 길을 가로막으면서 역대 최다선 공동 타이틀인 9선에 도전하게 됐다. 

   
▲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사진=바른미래당(현 민생당) 제공
   
▲ 지난 2019년 12월 17일 당시 우리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와 서청원 무소속 의원이 국회 의윈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활짝 웃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친박신당에서는 홍문종 대표가 2번을 배정 받았다. 서 의원과 마찬가지로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홍 대표는 2019년 6월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우리공화당에 입당해 조원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가 됐다. 이후 조 대표와 갈등을 빚으면서 우리공화당에서 제명된 뒤 친박신당을 창당했다. 홍 대표는 당초 현재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 출마를 위해 예비후보까지 등록했지만, 이날 노선을 변경했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홀수 순번은 여성을 추천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2번은 남성 비례대표 후보가 받을 수 있는 최상위 순번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소속 정당이 비례대표 배정 기준인 3%를 넘으면 국회 입성이 가능하다. 

비례대표의 취지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비례대표 2번으로 나선 이들을 두고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번 총선은 정말 노욕의 발산”이라며 혀를 찼다. 심지어 김예림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국회의원 배지를 향한 구역질 나는 노욕”이라고 힐난했다. 정말 200%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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