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삼아 중도 외연 확장 노리지만 '좌클릭' 비판도
민부론 아니라는 김종인...기존 지지층 결집 불투명 전망
[미디어펜=손혜정 기자]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26일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했다. 이번 영입은 중도층 외연 확장을 겨냥한 통합당의 승부수로 평가받고 있지만 '김종인 카드'로 도리어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통합당의 선대위 깃발을 직접 들겠다던 황교안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김 전 대표를 영입하고 총괄 선거 지휘 역할을 그에게 일임했다. 김 전 대표 체제의 통합당 선대위는 오는 29일 출범하게 된다. 이로써 황 대표는 부담을 덜고 서울 종로 선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황 대표는 운신 폭이 넓어져 27일 후보 격려차 대전 유성구와 서구를 방문, 첫 지방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지난 26일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자택을 방문해 김 전 대표 선대위 영입을 타결했다./사진=미래통합당
'김종인 카드'는 황 대표의 선거 집중 및 총선 후 책임 분산 환경을 마련했을뿐만 아니라 우선 '정권 심판론'에 키를 쥐고 있는 중도 및 스윙 보터층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1987년 체제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의 입안을 주도했으며 대기업의 부동산 소유를 제한한 '토지공개념'을 입안한 인물로도 알려져 이른바 '중도적 이미지'가 부각되어 왔다.

아울러 통합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알아야 비판과 견제를 할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상대 진영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해 가장 날카롭게 비판할 수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통합당 의원도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전 대표는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정부 탄생의 주역"이라며 "그런 김 전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보시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결자해지적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문 정부를 가장 잘 아는 김 전 대표기에 그 영입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문 정부를 탄생시킨 분의 영입에 언론의 원인 분석이 이어지며 국민들도 그동안 코로나 정국에 덮였던 문 정부의 폭정과 문제들을 다시 들춰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반면 '언제적 김종인' 국민 피로감이 쌓여 중도층 승부수로는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중도층 겨냥에 급급한 나머지 기존 보수 정당의 핵심 지지층이 제3의 대안 정당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일각에선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통합당 공천 잡음으로 이미 당에 대한 '충성심'이 희석된 데다 통합당의 '중도 집착'으로 인해 소외감을 토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들이 '보수 이념 및 가치'에 더욱 충실한 제3의 대안정당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 전 대표는 통합당 합류 첫 일성으로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는 민부론만으로는 유권자의 표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이 강조해 온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도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는 앞으로 무언가 책임을 지게 되면 할 사안"이라고 덧붙여 총선 국면 이후의 상황에 대한 구상도 내비쳤으며 '경제민주화'를 여전히 고수할 것이라는 암시를 달았다.

   
▲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26일 종로 유세 현장에서 노인 복지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김종인 전 대표의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으로 황 대표가 종로 선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사진=미래통합당
이에 보수 정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통합당의 정권 심판 의지가 의심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소득주도성장'으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타파를 '정권 심판론'의 핵심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희석될 조짐이 보이자 불안감을 호소하는 것이다.

통합당의 '민부론'과 경제정책을 핵심적으로 설계한 오정근 전 통합당 경제자문단 공동단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부여당을 비판해야 할 마당에 일성이 '민부론 안 된다'라니 어이없는 진단"이라며 "(김 전 대표가) 민부론을 보지 않았거나 경제식견이 80년대에 머물러 있거나 중도좌파 인사들의 어설픈 설명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발언을 무책임하게 하는 선대위 구성이나 통합당의 이번 공천 내용 등을 보면 안타깝지만 벌써 통합당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지게 한다"며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을 삼고초려하고 비판이 나와도 아무런 대응 없는 대표도 그렇고 (기대하기 힘들다)"라고 혹평했다.

민부론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투자혁신성장으로 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민부론은 경제활성화 및 경쟁력 제고·자유노동·지속가능복지 등 4대 정책방향과 20대 정책과제로 되어 있으며 2030년경 1인당 소득 5만 달러, 가구당 소득 1억 원대의 선진국 도약이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은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가 기업의 '동물적 본성'을 살리고 민간 경제에 활력을 일으키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오 전 단장은 "(김 전 대표가) 지금은 경제민주화도 안 된다고 하고 시장경제의 민부론도 아니면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개혁은커녕 이미 공천만 봐도 총선 후 유승민계가 지배할 것으로 보이는 당의 권력에 벌써부터 순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