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도 지쳤다"는 절박함 귀 담아야…국민 안전에 최우선하는 리더십 보여야
[미디어펜=문상진 기자]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한민국의 입장은 딱 두 가지로 갈라진다. 전문가 의견과 정부의 입장. 그 간극은 절대 넘을 수 없는 벽 같다. 초기 발생에서부터 지금까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빠른 검사와 빠른 확진, 빠른 격리와 빠른 치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검사 정확도까지 더해져 방역이 성과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시약 개발·생산업체인 씨젠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외국인들이) 일부터 치료 받으러 국내에 들어온다고 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 치료도 힘들고, 의료진은 지쳤다. 외국인까지 치료해 주고 있을 정도로 일선의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26일 페이스북에 절절한 심정을 담아 올린 글이다. 

코로나19 대처는 대한민국이 세계의 새로운 표본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 메르스 사태의 학습효과가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뛰어난 의료진의 아이디어와 희생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 외환위기 당시 보여줬던 금 모으기 등 타고난 국민성도 위기극복의 한 축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미적거리며 결정장애자처럼 행동한 정부의 이중적 행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에서 정부의 생색내기가 불편하다. 27일 0시 기준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는 9332명, 사망자 139명이다. 아직도 두 세자리를 오가는 엄중한 시기다.

   
▲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다른 나라는 이미 한국을 다 막았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이제라도 입국 금지를 해 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 중 하나인 송파구 씨젠에서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정부의 눈치보기가 급급한 시점에도 의료진은 사투를 벌였다.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만만디였다. 결국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부족한 상태로 만든 건 정부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다. 

국내 확진자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전 세계는 팬데믹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 유럽이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미증유의 위기에 휘청이고 있다. 결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와중에 정부의 숟가락 얹기는 점입가경이다. 

우한 사태 발생 초기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초기 확진자 한 자릿수에 오만해져서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 입국 제한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얘기가 빗발쳤지만 오기를 부렸다. 한 번 무너진 둑은 걷잡을 수 없다. 하루 1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들이 쏟아지자 정부는 뒤늦게 중국 후베이성에 국한해 입국제한 조치를 취했다.

결정장애자 한국 정부에 대한 세계 각국의 조치는 단호했다. 현재 170여 개국이 한국인 입금을 금지 또는 제한 중이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조차 내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다고 26일 공고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다르면 27일 0시 기준 해외 유입 관련 누적 확진자 284명 중 외국인이 10.9%인 31명이다. 역유입의 우려성이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정부의 오기가 국민 안전을 또다시 위협하고 있다.

“한국식 개방 방역이 세계 표준”이라고 떠들며 정신 승리에 들떠 사회 불안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낯 뜨겁다. 리더십이 아니라 오기와 독선으로 똘똘 뭉친 자기합리화, 자기도취에 기막힐 뿐이다. 코앞의 선거 때문인가? 그렇다면 더 더욱 솔직해져야 한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서해수호 55인 용사를 추모하기 위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취임 후 첫 참석했다. 코로나 위기와 총선을 앞둔 시점이다. 비핵화는 물 건너갔고 북한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온갖 쌍스런 소리에도 침묵하는 정부의 이례적 행보다. 속내가 궁금하다.   

오늘도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선다. 코로나는 아직 한 치 앞도 점칠 수 없는 진행형이다. 의료진은 오늘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은퇴한 자원봉사자들까지 미증유의 역병을 퇴치하기 삶을 걸었다.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다. 응원은 하지 못할망정 정부가 나서서 힘을 뺀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백경란 이사장은 호소한다 "다른 나라는 이미 한국을 다 막았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이제라도 입국 금지를 해 달라"고 절절한 심경을 전했다. 지금껏 숟가락만 얹어 온 정부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의료계의 절박함을 더 이상 오도해서도 이용해서도 안 된다. 말 그대로 간곡하고 간절함이 넘치는 전문가들의 얘기를 귀담았으면 한다. 더 이상 숟가락 얹기에는 밥상이 부실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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