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지난 26일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양적완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이번 조치는 결국 금리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일정 금리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조치다.

   
▲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RP는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을 지칭한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으로 RP를 매입하게 되면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는 효과가 나게 된다.

구체적인 계획의 골간을 보면 한은은 오는 6월 말까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91일 만기의 RP를 일정금리 수준에서 매입한다. 매입 한도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으며 시장 수요에 맞춰 금융기관의 신청액을 전액 공급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RP 거래 대상이 되는 적격증권만 제시하면 매입 요청한 금액을 모두 사들이겠단 의미다. 한은은 7월 이후에도 시장 상황과 입찰 결과 등을 고려해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도 암시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은행이 최근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사실상 ‘양적완화’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오늘 한은의 유동성 지원 제도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양적완화로 보는 걸 꼭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한은이 단기자금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한은이 직접 유동성 공급에 나서게 되면 시장의 단기 자금 수요가 떨어지고 결국 금리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시중의 유동성 경색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한은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사실상 양적 완화의 첫걸음”이라면서 “신용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막을 강하게 치고 있다는 것은 국내외 금융 시장 안정에 긍정적 신호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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