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구 신임 대표이사,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 당시 총괄 역할
"항공업 리스크, 건설업보다 작다" 과거 발언…책임론 대두
   
▲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신임 대표이사/사진=HDC현대산업개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건설업보다 항공업의 리스크이 작다고 판단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도전했습니다."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신임 대표이사가 지난해 말 아시아나 인수 당시 강조한 말이다. 정경구 대표이사는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서 내실을 다지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밝혔지만 과거 그가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해 언급한 발언 등이 회자되며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 신임대표가 좌불안석인 이유다.

정 대표는 2008년 HDC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2017년 HDC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2018년부터 HDC현대산업개발 CFO(최고 재무책임자)로서 경영기획본부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재무통으로 통하는 정경구 대표이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실무 차원에서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다. 정 대표는 "환율과 유가 등의 변수를 제외하고는 항공업이 각종 리스크에 노출된 건설업보다 안정적"이라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 참여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경구 대표이사의 판단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에 하늘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180개국에 달한다. 항공사들은 임직원 무급 휴직, 급여삭감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아예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거나 급여지급도 못하는 항공사도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초토화되면서 인수 작업은 결국 연기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1조4700억원의 유상증자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오는 7일에서 계약서상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부터 10일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한 날로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업 상황도 녹록치 않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 당시 우수한 현금 창출력을 앞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분양물량 축소, 복합개발 부진 등으로 현금 창출력이 당시 대비 상당 수준 떨어졌다.

이미 업계에서는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거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포기처럼 현시점에서 인수를 접는 게 낫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현 시점을 넘기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도 오히려 자금난에 시달리는 '승자의 저주'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특별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올해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김대철 부회장의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인수 이후 빠른 경영정상화를 위해 재무·경영 분야에 능통한 정경구 대표를 선봉에 내세웠다.

익명의 한 업계 관계자는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 있어 적지않은 고민을 했던 만큼 정경구 신임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직격탄을 맡은 정 대표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차질없이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