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재미 본 유승민, 이제 대권행?
잠행 깨고 선거 지원 유세...유승민계 공천 약진, 당권 장악 나서나
"황교안 실패 기다려 전면 나설 것"...총선 승패서 자유로워 가능
손혜정 기자
2020-03-31 17:04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의 선거 지원유세 움직임에 때이른 대권 행보가 감지된다.


범 중도·보수 통합 이후 침묵을 유지하던 유 의원은 46일간의 잠행을 깨고 지난 27일부터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수도권에서 뛰고 있는 유승민계를 중심으로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 지원 사격을 지속할 예정이다.


유 의원은 이날 늦은 오후 바른정당 창당 멤버였던 서울 중구성동구갑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선거 캠프를 찾아 "제가 원조친박으로 분류되는 사람"이라며 "계파를 따지지 않고 어떤 후보든 돕겠다"고 말했다.


지난 29일에는 서울 중구성동구을의 지상욱 의원, 송파갑의 김웅 후보를 각각 방문했고 30일 오후에는 양천갑 송원섭 후보와 유기준 의원의 동생인 유경준 후보의 강남병 지역을 찾아 선거 지원에 나섰다.


   
유승민 의원(왼쪽)이 지난 29일 서울 중성동을 지상욱 통합당 후보의 선거캠프를 방문해 선거를 지원했다./사진=지상욱 후보 유튜브 채널 '지상욱' 캡처

그는 과거 새로운보수당의 1호 영입인재였던 김웅 후보 선거사무소를 격려 방문해서는 "불출마하며 공천·당권·지분 일체 요구하지 않겠다 했기 때문에 조용히 40여일간 공천 과정을 지켜보며 때로는 안타까워하며 지냈다"면서 "공천이 다 끝났으니 공천이 잘 됐든 잘못 됐든 우리 후보들이 수도권 승부처에서 압승할 수 있도록 제 힘 다해 도와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기지개를 편' 유 의원의 이 같은 행보에 일각에선 공천에서 드러난 자신의 영향력을 그가 유의미하게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신설합당 과정에서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유 의원은 통합당 출범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두문불출했다. 그러나 실상은 '유승민계 공천 약진'으로 그가 실리를 톡톡히 챙겼다는 평가다.


통합당 대구경북(TK) 지역 경선에선 류성걸(대구 동구갑)·강대식(대구 동구을)·김희국(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후보 등 '친유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공천 티켓을 확보하면서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외에도 보수통합 국면에서 유 의원과 함께 합류한 의원들은 공천에서 대거 생존했다.


아울러 유 의원의 재등장에는 '유승민계' 공천 결과뿐만 아니라 그가 총선 승패와 상관없이 결과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 의원이 일체 당직을 역임하고 있지 않은 만큼 총선 결과에서 자유로워 일찍이 당권 장악과 대선주자 자리매김에 나섰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앞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과정에서 공동선대위원장에 유 의원을 타진하고자 검토했으나 이 계획은 끝내 불발된 바 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려고 하는 것은 황 대표 대선 로드맵에 있어 만일의 '총선 패배' 책임을 유승민과 나누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의원은 최근 선거사무소를 방문하면서도 기자들과 만나 "통합하면서 일체 당직을 요구하지 않았고 수도권 선대위원장 전에 중앙당 선대위원장 제안을 간접적으로 들었지만 맡지 않겠다고 고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슨 타이틀을 맡지 않겠지만 당에서 필요해서 제안이 오면 검토해서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에 대해 "통합당 내 정치적 기반은 미약하고 향후 역할도 크지 않다"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통합당의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분들이(유승민계) 총선에서 생환해도 기존 바른미래당보다는 그 수가 적다"며 "당내 정치적 기반은 앞으로도 미약하다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유승민 의원이 지난 27일 40여일간의 잠행을 깨고 첫 행보로 서울 중성동갑 진수희 후보 선거캠프를 방문, 지원유세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진수희 후보 유튜브 채널 '진수희의 진심정치' 캡처

관계자는 "총선 과정에서 유 의원이 선거지원을 다니겠지만 새보수 의원 출신이 아닌 다른 데서 지원유세를 희망하는 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와도 유권자 마음을 사는 데 도움이 될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도 선거를 돕겠다면서도 "저를 싫어하는 보수층 유권자도 계시다"며 자신에 비우호적인 보수층 통합당 지지자를 의식한 바 있다.


한 정치학 교수도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유승민이 자신의 지분을 많이 챙기더라도, 즉 유승민계가 당선되더라도 유력한 당내 분파로까지 형성될지는 부정적"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교수는 유 의원의 대선 행보는 황 대표의 '실패'와 그로 인한 통합당 내 리더십 부재가 전제돼야 한다고도 분석했다.


교수는 "유 의원이 '미래통합당 선거 결과에 책임을 안 지는 지위에서만' '겉으로는 선거를 돕는 외관을 보이되' 본인의 대권 행보 기반을 쌓아가는 길에 초점을 둘 것"이라면서 "황교안을 먼 발치에서 따라가면서 황 대표의 보수진영 내 리더십 부족이 크게 부각될 때를 기다리는 길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의 생명 연명기반은 통합당의 대권 리더십 부족"이라며 "총선 패배 시 황교안에게 책임을 물어 그를 당장 끌어내리는 국면에서 (유 의원이) 나설 것이고 혹 황 대표가 평년작을 거두더라도 날이 갈수록 대권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더해주는 어느 시점에서 황 대표가 상처받을 때 유승민이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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