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없으면 대한항공 역시 위태로워…무제한 지원 나서야"
   
▲ 국내 항공사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는 "항공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막혔을 경우 국책은행이 지원한다"며 자구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국의 적극적인 자국 항공사 지원과 달리 우리 정부는 국내 항공업계 지원에 한가한 발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은행연합회관에서 증권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다함께코리아펀드' 조성 업무 협약식을 마치고 대기업에 대한 국책은행 지원과 관련, "항공업계를 포함해 다른 기업들도 모두 어렵다"며 "대주주의 자구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은 위원장은 "자금부족으로 기업이 부도 또산 도산처리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원칙"이라며 "기업들은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포함된 회사채 100조원 규모의 지원안이나 국책은행 지원책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업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회사채(ABS)를 발행하지 못했다면 국책은행의 문을 두드리면 되는데, 이 경우 자사 주식을 내놓는 등 자구안이 선행돼야 한다"며 "대기업들 스스로 판단하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항공 전문가들은 정부 인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 교수는 "항공업은 단순히 비행기만 띄우는 산업이 아닌 네트워크 산업이기 때문에 한번 무너지면 복구가 어렵다"며 "(은 위원장이) 호텔 등 관광업을 포함한 산업계 전반에 대한 파급력 인지를 못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나면 유관 업계는 초토화 돼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이것이 세계 각국이 자국 항공업계에 대해 신경쓰는 이유"라며 "특히 미국은 580억달러를 온전히 항공사·지상조업사·항공기 제조사 등 범 항공업계에 투입한다"고 했다. 또한 "업계는 정부의 현재 지원 수준으론 하반기까지 버티지 못한다"며 "LCC는 디폴트를 선언하게 될 것이며, 제 아무리 국내 항공업계 1등이라지만 대한항공 역시 무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허 교수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실종됐다"며 "장관이 직접 유관 부처들과 금융계를 설득하고, 차관이나 실·국장들로 하여금 외신 동향을 살펴 외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꼴랑 몇백억원 풀어줬으니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하는데, 이는 항공사들더러 자살하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외국 항공사들은 이번 사태를 거치면 정부 지원으로 체력이 강해져있을 것이고, 항공업계 M&A가 이뤄졌던 미국은 더욱 그럴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미국 항공업계에선 2000년대 들어 컨티넨탈항공·노스웨스트·TWA·US에어웨이즈 등 파산한 기업들이 많았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세계 최강 항공업계를 구축했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그는 "파산 경험이 없는 대한항공과 사실상 파산상태인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선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계획대로 돈을 못 넣고 있어 인수 작업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정부가 이에 대해서도 지급보증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공사 파산이 이뤄질 경우 불어올 상황에 대해 허 교수는 "이스타항공의 디폴트로 1600명이 고용 불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는데, 항공사들이 차례로 무너질 경우 지상조업사와 면세점 등 공항 관련 업종에 몸담은 7만명 가량이 거리에 나앉게 될 것"이라며 무제한적 정부 지원이 절실함을 피력했다.

그러나 허 교수는 항공사 국영화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국적 항공사는 하나씩 있어야 하니 이탈리아 정부가 알리탈리아를 큰 돈 들여 인수를 결정했는데, 세계 항공업계 흐름은 민영화"라며 "국가 소유가 되는 순간 기업의 경쟁력은 사라진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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