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내 국내 항공 관련 네트워크 산업 전체 도산 우려"
   
▲ 항공사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하늘을 날지 못해 공항에는 항공기들이 떼지어 주기 중인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항공기 뿐만이 아니라 기내식 생산 역시 수요가 줄어든 상태다. 이와 관련, 항공업계는 정부 당국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며 대규모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2일 대한항공은 "30여개의 글로벌 항공사에 기내식을 생산·납품하는 국내 대표 기내식 생산기지인 대한항공 기내식센터의 현 상황은 힘겨운 국내 항공사들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척도"라고 밝혔다.

   
▲ 2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 기내식센터에선 3월 말 기준 하루 2900식만 생산하고 있고, 현재 기내식을 공급하는 항공사도 2개로 대폭 줄어들었다"고 말했다./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초 하루 약 8만식의 기내식을 만들던 대한항공 기내식 생산 시설은 현재 사실상 휴업 상태와 마찬가지"라며 "쉴새없이 바쁘게 기내식을 만들어야 할 공정은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3월 말 기준 하루 2900식만 생산하고 있고, 현재 기내식을 공급하는 항공사도 2개로 대폭 줄어들었다는 전언이다.

   
▲ 2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센터 냉장고 시설이 현재 창고로 사용되고 있어 썰렁한 상태"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사진=대한항공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센터는 대한항공 자사 뿐만 아니라 외국 항공사에서 제공할 기내식을 최종 준비하고 항공기에 탑재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다. 현재 이곳의 냉장고 시설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어 현재 썰렁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 2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탑승객들에게 음식을 전달하는데에 쓰이는 밀 카트(Meal Cart)가 제자리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사진=대한항공


평시 이곳에선 기내식이 포장된 상태로 전 세계 하늘을 날고 있는 항공기에 차곡차곡 실려 탑승객들에게 음식을 전달하느라 밀 카트(Meal Cart)가 바쁘게 다닌다. 그러나 카트가 제자리에 놓여있어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산업계가 깊은 나락 속으로 빠지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하늘길이 꽉 막혀 수요창출이 불가능한 가운데 상당한 고정비 압박이 지속돼 2~3개월 내 국내 항공 관련 네트워크 산업 전체가 도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국적 항공사들의 2월부터 6월까지의 매출 손실만 6조45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항공협회의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제선 여객 수요도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급감해 사실상 셧다운 상태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코로나19 판데믹 여파가 진정되지 않으면 국가 기간 산업인 항공산업이 경쟁력을 잃는 것을 넘어 모두 쓰러지게 될 것이라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정부 지원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항공업계가 무너지면 사라지는 일자리의 규모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대한민국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사자들이 25만여명에 달해 국내 항공산업이 붕괴될 경우 당장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고, GDP 11조원이 감소한다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분석도 나와있다.

현재 국내 국적항공사들은 자구책으로 급여반납이나 유·무급휴직 등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항공사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돼 정부에서 현재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펼쳐놓고 즉각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는 게 항공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경우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항공사 채권 발행시 정부·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세계 항공업계 유동성 위기로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 각종 채권(회사채·AB·영구채)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 불가능 처지이기 때문이다. 정부·국책은행의 지급보증이 있어야 국적항공사 생존이 가능하다는 게 항공업계 목소리다.

또한 자금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지난 2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저비용항공사(LCC) 대상 3000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나, 지원 자금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뒤따르고 있다.

항공산업 전문가들은 지원 대상도 대형 항공사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 전체로 확대해야 하며, 실질적 지원 가능하도록 지원조건(신용등급·부채비율)에 대해 한시적 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항공산업은 국가의 기틀을 짊어지고 있는 기간산업이다. 특히 수출·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대한민국의 산업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항공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산업도 함께 무너질 가능성 커진다. 또한 국가 기간산업인 동시에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인 항공산업의 특성상, 한번 무너지면 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천문학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해외 각국은 자국의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과세 완화 및 재정·금융지원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아까지 않고 있다.

미국은 최근 상·하원 및 대통령이 합심해 여객 항공사에는 보조금 250억달러(한화 약 30조7000억원), 화물 항공사에게는 보조금 40억달러(한화 약 4조9000억원), 항공산업과 연계된 협력업체들에게도 30억달러(한화 약 3조7000억원)을 지급키로 했다. 또한 여객 항공사에는 250억달러(한화 약 30조7000억원), 화물 항공사도 40억달러(한화 약 4조9000억원)의 대출과 지급보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싱가포르도 과감한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싱가포르항공은 27일 최대 주주인 국부펀드 테마섹으로부터 105억달러의 주식과 전환사채 발행에 대한 동의를 얻었으며,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그룹으로부터 28억달러의 대출을 받는데 성공했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지원 △무이자 대출기한 연장 △세금유예 △공항 이용료 면제를 해주고 있고, 프랑스도 자국 항공사에 대한 담보대출의 지원방안을 수립했다. 네덜란드도 자국 항공사에 무제한 지원 및 매출 손실에 따라 임금의 90%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역시 항공 인프라 144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 금융지원을, 일본은 항공사를 대상으로 대출액 상한 없는 융자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대한민국 정부도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해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멈춰선 항공기들과 기내식 공정, 갈 곳을 기다리고 있는 기내식 밀카트가 얼마 후 쉴 새 없이 움직일 수 있기 위해선 바로 지금의 선택이 이를 좌우한다"고 정부 당국의 인식 전환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항공업계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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