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항공산업 방향·비전 제시 및 위상 제고
대한항공, 확고한 경영철학 바탕 글로벌 리딩 항공사로 성장
   
▲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작고 1주기를 맞아 가족을 비롯한 한진그룹 관계자 90여명이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추모행사를 개최해 참배하는 모습./사진=한진그룹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진그룹은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를 맞아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가족을 비롯, 약 90명의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를 열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활동에 부응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추모행사는 별도로 갖지 않았다.

고 조 회장은 1국내 항공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고, 국제 항공업계에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제고하며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고인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한편, 성공적 개최를 위한 주춧돌을 차곡차곡 쌓는 등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국가에 헌신했고, 다양한 부문에서 민간외교관으로 활동하며 국격을 높이는데도 일조했다.

   
▲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자리매김…수많은 위기·난관 헤쳐

고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 입사 후 45년간 정비·자재·기획·IT·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를 거치고 1992년 사장, 1999년 회장직을 거쳐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생전 대한민국의 국적 항공사였던 대한항공을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대한항공이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극복하며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조양호 회장의 경영 리더십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 항공업계가 무한 경쟁을 시작하던 당시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Team)' 창설 주도로 맞섰고, 전 세계 항공사들이 경영 위기로 잔뜩 움츠릴 때 먼저 앞을 내다보고 과감히 투자했다. 대한항공이 위기를 이겨내고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 회장은 1997년 IMF 사태 초기 , 자체 항공기 매각 후 재임차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고, 1998년 외환 위기가 정점일 땐 주력 모델인 보잉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했다.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2003년엔 오히려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여겨 A380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대한항공 성장 기폭제로 작용했다.

◇세계 항공업계 호령…대한민국 항공산업 위상 제고

지난 2019년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위한 고 조양호 회장의 유산이다. '항공업계의 UN 회의'라 불리는 IATA 연차총회는 개최국의 항공산업 위상을 증명한다.

조양호 회장은 IATA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며 세계 항공업계를 주도했다. 1996년부터 IATA의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위원을 역임했고, 2014년부터는 31명의 집행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도 맡았다. 전 세계 항공산업의 정책적 결정이 이뤄지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조 회장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신경썼다. 2010년대 미국 항공사들과 일본 항공사들의 잇따른 조인트 벤처로 국내 항공산업의 중요한 수익창출 기반인 환승 경쟁력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대한항공-델타항공 간 조인트 벤처 추진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과 함께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고, 환승 수요를 새로 유치해 결과적으로 국내 항공시장의 파이를 한층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

◇국가에 대한 '소명의식'…평창동계올림픽 기여·국격 제고

조양호 회장은 항상 국가에 대한 소명의식을 마음속 깊이 담고 있었다.

그는 국가의 심부름꾼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유치위원장 재임 1년 10개월간 50번에 걸친 해외 출장으로 지구 16바퀴에 해당하는 약 64만km를 다녔다는 것이 한진그룹 측 설명이다. 또한 IOC 위원 110명중 100여명을 만나 평창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전 국민이 염원하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도 도맡아 지지부진하던 올림픽 준비와 관련, 경기장 및 개∙폐회식장 준공 기반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월드컵 테스트 이벤트를 성사시키는 등 평창동계올림픽을 본 궤도에 올렸다. 실제 올림픽 개최 당시에는 조직위원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부문에서 민간외교관으로서 활동을 하면서 국격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았다. 한미재계회의 위원장·한불최고경영자클럽 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대한민국과 세계 각국의 돈독한 관계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국격 제고 차원에서 프랑스 루브르·러시아 에르미타주·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후원하기도 했다.

◇책임·원칙에 입각한 경영철학…'항공산업 오케스트라 지휘자'

조양호 회장은 생전 최고 경영자는 시스템을 잘 만들고 원활하게 돌아가는 업무 체계를 구상했다. 이에 맞춰 그는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시스템 경영론'을 강조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의 손에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틀을 잡았고,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어울리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하모니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양호 회장은 '절대 안전'을 지상 목표로 하는 수송산업의 필수 요소로 꼽았다. 덧붙여 고객과의 접점이 이루어지는 곳이 현장임을 부각시켰다. 항공사의 생명은 서비스이고 최상의 서비스야말로 최고의 항공사를 평가 받는 길이라고 보고 고객중심 경영에 중점을 뒀다. 해외 출장은 생생한 서비스 현장을 점검하는 시간이었다는 전언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쌓아온 경영철학은 세월이 흘러도 절대 불변의 가치가 됐다"며 "글로벌 코로나19 판데믹으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빠진 현재 조 회장이 걸어온 길이 재조명받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