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따져 시나리오 재정립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현대자동차가 올해 투자 전략을 재검토 한다. 전체적으로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틀을 유지하지만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 시나리오를 재구성하는 한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단기 유동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 글로벌 '코로나19' 펜데믹에 투자전략 재검토하고 있는 현대차의 사옥 전경 /사진=미디어펜

9일 관련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장기 경영계획 '2025 전략'의 경영 기조를 유지하되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라 전략적 투자계획을 재구성한다. 앞서 발표한 2020~2025년 사이 미래차 분야에 총 61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전략을 유지하지만 우선순위를 따져 투자계획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지난 1일(해외)과 6일(국내)에 글로벌 기관투자자와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국내외 IR를 진행한 자리에서 투자전략 수정을 공언하고 사태 장기화 대비에 나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대차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미래 이윤창출을 위한 지출 비용인 'CAPEX(Capital expenditures)'를 중장기 전략에 따라 집행하되 코로나19 쇼크가 악화한 만큼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라며 "안정적 사업운영을 위한 유동성, 생산 유연성 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차 투자를 위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필수 투자요소는 가능한 한 줄이지 않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는 불요불급한 투자에는 가능한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올해 대규모 인수합병보다는 실리를 최우선으로 한 자금집행이 이뤄질 것이란 의지로 분석된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신용등급이 속속 하락하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한 단기 유동성에 대한 의문도 일축했다. 앞서 현대차는 2014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을 위해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약 10조5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사실상 대규모 인수합병과 투자를 중단했다.

지난 2018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소규모 스타트업과 미래차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지분투자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 전부다.

정 수석부회장은 GBC건설 역시 단독추진이 아닌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같은 현대차의 전략을 두고 금융투자업계 역시 "코로나 쇼크에 따른 유동성에 현대차가 대응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번 IR에서 회사 측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뜻도 분명히 했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가 인력 재배치를 골자로 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현대차의 국내와 해외법인의 인력감축은 이르고 유동성을 확보하고 손익을 만회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코로나 쇼크가 확산 중인만큼 현지 전략도 신중하게 재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이 감소하면, 2분기 국내 공장 가동률도 하락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이번 IR에서 나왔다.

내수는 호조세를 이어가겠으나 미국과 유럽 사정이 빠르게 악화하면 2분기 국내공장 가동률이 70%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이 경우 국내 신차 수요가 어느 정도 해외 부족분을 상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는 미국 수출형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의 한시적 가동 중단을 밝혔다.

미국 현지 딜러망이 폐쇄 또는 축소 운영되면서 재고 조절을 위해 4월 셋째 주에 나흘(조업일수 기준) 동안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며 "크레딧 크런치(신용경색)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고려해 투자를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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