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세아그룹·동일산업 3파전
동부특수강 인수를 놓고 특수강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국내 특수강 시장의 지형도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유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동부특수강 본입찰을 거쳐 24일 우선협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24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MOU 체결 후 정밀심사를 거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동부특수강 입찰적격자로는 현대제철, 세아홀딩스, 동일산업이 선정돼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동부그룹 유동성 위기로 매물로 나온 동부특수강은 세아특수강에 이어 냉간압조용선재 시장에서 2위 업체다. 인수가는 3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지난 7일, 세아홀딩스는 13일, 동일산업은 15일에 현장 예비실사를 마쳤으며, 산은과 각 사 임원단은 예비실사 이후 질의응답 시간까지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숙원인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사업목표를 앞세워 동부특수강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내년 10월 충남 당진에 들어설 특수강 공장의 완공을 앞두고 이 곳에서 생산되는 특수강 제품을 직접 가공할 수 있는 2차 설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가져와 2차 공정라인을 확보하게 되면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특수강을 완벽하게 자체 생산해 제철부터 자동차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달성하고 위험 요인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측은 현재 동부특수강이 보유한 약 2400억원의 부채와 고용승계 문제를 고려했을 때 다른 인수 후보에 비해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2차 가공라인을 보유하지 않았던 만큼 동부특수강에서 일하던 약 300여명을 그대로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세아그룹은 고 이운형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를 주축으로 동부특수강 인수를 추진해 오고 있다. 세아그룹은 동부특수강 인수 후 계열사인 세아특수강과의 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 확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동부특수강과의 합병을 통해 60%가 넘는 점유율을 갖는 세아특수강은 시장지배력을 통해 선재 납품을 원하는 현대제철을 비롯한 수요처인 완성차 업체들까지 견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세아그룹은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갖는 배타적 공급구조가 경쟁이 무의미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아특수강은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가 전체의 50%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특수강 1차 공정을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인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면 이 사업을 수직계열화하게 된다"며 "현대차에 제품을 납품하는 세아특수강은 일감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 인수에도 나서고 있다.
세아그룹은 동부특수강에 이어 포스코특수강까지 인수할 경우 그룹의 자회사 세아특수강과 함께 국내 특수강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달성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포스코특수강의 경우 연간 1조원대인 스테인리스특수강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세아그룹은 향후 국내 철강 시장 지도를 바꿔놓을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세아그룹이 동부특수강과 포스코특수강 인수에 모두 성공하면 현재 생산량인 300만톤에서 500만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동일산업은 자동차부품과 경장비 볼트, 너트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업체로 현대제철과 세아특수강 등 대기업 중심으로 특수강 시장이 고착되는 것을 막고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대기업 사이에서 분투하고 있다.
최근 동일산업은 내부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인수 검토 작업을 진행해 왔다. 동일산업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오순택 대표의 아들 승승민 부사장이 TF를 진두지휘하고 있어 본 입찰에서 '깜짝배팅'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전에서 동일산업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편, 동부특수강 인수 후보군 중 세아홀딩스와 현대제철은 인수에 성공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통과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미디어펜=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