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연예인들의 휴대전화 해킹 사건에 하정우가 결정적인 제보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20일 디스패치는 배우 하정우가 해커와 나눈 메시지의 일부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해커는 하정우의 휴대전화 속 사진과 개인정보 등을 보내며 금품을 요구했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해커는 지난해 12월 2일 사진, 주소록 등을 전송한 뒤 "하정우 씨 휴대폰,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모두 직접 해킹한 것이다. 제가 금전이 급히 필요한 상황이고 합의 보시면 모든 자료는 깨끗이 폐기하겠다. 배우, 가수, 방송인, 정치인 등의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며 15억원을 요구했다.
이에 하정우는 해커에게 금품을 건네는 대신 경찰에 신고하고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을 의뢰했다. 또한 그는 해커와 협상하는 척 대화를 주도하며 경찰이 수사할 시간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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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특히 대화 중 해커가 "입맛이 없어도 식사는 잘 챙기라"고 하자 하정우는 "지금 약올리는거냐, 상당히 불쾌하다"고 응수했다. 해커가 "그런 뜻은 아니다"라고 하자 하정우는 "신뢰를 얘기할 거면 예의는 지키라. 하루종일 오돌오돌 떨면서 오돌뼈처럼 살고 있다"고 답했다. 하정우의 반응에 해커는 "오해하지 마시라. 계속 촬영하시니 건강을 잘 챙기란 뜻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몇 차례 대화 끝에 하정우는 "말 편하게 해도 되겠느냐"며 "네가 잘 생각해봐라. 지금 매일 촬영이고 홍보인데 내가 지금 너랑 가격 흥정이나 하고 있을 때냐. 13억이 무슨 개 이름도 아니고. 나 배밭이고 무밭이고 다 팔아야 한다. 아니면 내가 네게 배밭을 줄 테니 팔아봐라"라고 토로했다.
이에 해커가 "당장 입금하라는 말은 아니다. 괜찮다. 몸 챙기면서 일하시라. 저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 아니다"라고 말하자 하정우는 '펭-하'라는 글귀가 적힌 캐릭터 펭수의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해커와 수 차례 대화 후 하정우는 '폰은 복제한 것과 같다', '메일 등 코드 전문'이라던 해커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삼성 계정 로그인 알림' 메시지 이메일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삼성 클라우드 로그인 기록에서 결정적인 수사 단서를 확보했다.
이후에도 하정우는 "내가 100만 원 이상 보내려면 증빙을 해야 한다. 나는 100만원 이상 송금하면 금감원 FIU에서 연락이 온다", "고액 납세자라 신고를 따로 한다",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넌 운 나쁘게도 내가 1년 중 가장 바쁠 때 연락을 했다", "프사 좀 바꿔라.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힘내라. 너 포기하고 뿌리면 난 그 돈으로 널 찾는 데 써야 하지 않느냐. 아무튼 19일은 무리다. 협박에도 상도가 있다" 등 해커와의 대화로 시간 끌기를 이어갔다.
이후 해커가 "오후 5시 안으로 회신이 없다면 연락망 차단하고 공격 모드로 전환하겠다"고 협박했으나 하정우는 대응하지 않았다. 마침내 경찰은 해커의 정체를 특정했고,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 등 혐의를 받는 박 모(40) 씨와 김 모(31)씨 등 2명을 붙잡아 지난 7일 검찰에 송치했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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