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했지만 득표율 차이는 미미…시대정신 담아내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선거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구원투수로 김종인 카드를 선택했다. 심재철 통합당대표 권한대행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24일 밝혔다. 통합당은 28일 오후 2시 전국위원회, 오후 3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체제로 전환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무제한 임기 요구에 대한 통합당내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아 전국위에서 김종인 카드가 불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통합당은 김종인의 지휘 아래 침몰하는 당을 재정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보수 야당의 '좌회전'을 의미한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 개념을 반영시킨 인물이다.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단어를 삭제하려 한 적도 있다. 

이러한 데도 김종인 카드를 선택한 것은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당내외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도로 가야 젊은 층의 지지를 얻어 집권할 수 있다는 게 김종인 영입 세력의 생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영입으로 "한국에서 진정한 보수 정당은 소멸했다"는 탄식도 나온다.

통합당은 생존을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아내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 길이 어떤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통합당 내부와 재야 보수 진영에서는 결코 보수의 가치를 버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당이 가치를 버리는 것은 존재 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선거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구원투수로 김종인 카드를 선택했다. 통합당이 진심으로 보수 정당임을 자인한다면, 김종인 비대위 체제 아래서 좌클릭을 한다고 해도 보수주의의의 본질적 가치를 버려서는 안된다. /사진=연합뉴스

정당의 사전적인 의미는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이다. 정치적 주의나 주장이 희미해진다면, 정당의 존재 가치는 떨어진다. 보수 정당이 보수주의 이념을 버린다는 것은 뿌리를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의 철학과 가치는 일시적으로 위축될지언정 사멸하지는 않는다. 선거 결과도 이에 일치한다. 보수 야당의 압도적 패배로 끝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수 시민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80석 대 103석의 참패로 끝났지만 실제 지역구 득표수는 민주당 1434만표, 통합당 1191만표로 243만표 차이에 불과하다. 득표율은 49.9% 대 41.4%였다. 

비례정당 투표에서도 미래한국당은 33.84%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두개 비례정당의 득표율에 비해 5%포인트밖에 지지 않았다. 승자 독식 체제인 소선거구제로 인해 8.5%포인트의 득표율 차이가 야당의 참패를 불렀지만 보수 시민의 표심이 사멸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보수의 철학과 가치가 모두 외면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웅변한다.

보수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에 대한 존중. 권력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무거운 인식, 기회의 균등, 작은 정부, 자율, 공정, 정의에 대한 신뢰, 법치주의와 전통, 시장경제에 대한 존중 등이 보수주의 가치다. 

한미일 동맹을 중시하고, 확고한 안보태세 아래서 번영을 추구하는 것 또한 보수주의의 신념이다. 자유민주주의, 고용의 유연성 확보, 건전한 기업가 정신 존중 등이 모두 보수 가치에 속해 있다. 이 가치를 어떻게 버릴 수가 있겠는가. 

통합당이 진심으로 보수 정당임을 자인한다면, 김종인 비대위 체제 아래서 좌클릭을 한다고 해도 보수주의의의 본질적 가치를 버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보수주의의 본질적 가치와 매력을 드러내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 

천하람 통합당 순천갑 후보는 "국민은 당장 귀에 거슬리더라도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에 바람직한 방안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통합당이 철학과 용기가 없을 뿐이다. 진짜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제시하는 진짜 보수 정당이 되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대구 출신이지만 용기 있게 순천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한 천하람 후보의 외침을 통합당은 경청해야 한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