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조직망팀 "미국 연방 국무부가 승인 안 내준 탓"
관련자들 인사 전보에도 "개관 사업 엎어진 건 아냐"
일각선 당·정·청 발언 따른 한·미 간 외교 갈등 꼽기도
   
▲ 코트라(대한무역진흥공사) 로고./사진=코트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트라(대한무역진흥공사)의 미국 애틀란타 지역 무역관 개설이 계속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외교 간 문제가 생겨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코트라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지만 승인 지연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27일 외교가와 무역·상사 업계에 따르면 코트라는 2018년 11월 북미지역본부 산하 애틀란타 무역관 개관을 예고했다. 당시 국내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코트라는 한국 기업의 애틀란타 현지 진출 수요를 반영해 마이애미 무역관을 동남부 생산거점인 애틀란타로 이전하고, 2018년 12월 1일 벅헤드 KKR 빌딩 사무실에서 애틀랜타 무역관이 본격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또한 개소 초반에는 약 5~6명의 직원이 상주할 계획이었고, 자동차·IT·화장품 등의 B2C 제품과 일부 B2B 산업 분야에 주안점을 두고 운영될 계획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 관계자는 "애틀란타 무역관 개소를 계기로 한국 기업이 북미 시장내 글로벌 밸류체인(GVC)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게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혀둔 바 있다.

   
▲ 코트라 애틀란타 무역관 홈페이지에 떠있는 안내문./사진=코트라 홈페이지


그러나 이 같은 원대한 밑그림을 구상해뒀음에도 약 1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코트라 애틀란타 무역관은 감감무소식이다. 애틀란타 무역관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개설 준비 중이라는 배너만 떠있다. 미디어펜 취재 결과, 코트라 역시 이렇다 할만한 구체적인 이유를 소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코트라 경영지원본부 조직망 지원팀 관계자는 "미국 국무부가 심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결과 통보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무역관 개설 자체가 없던 일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잠정적으로 계류 중인 것이기 때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며 "국무부 승인 공문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우리도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이슈도 있고, 무엇보다 인도나 러시아와 같은 나라에선 서류심사에만 1~2년 걸린다"며 "완전 무산됐다고 못박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라고 부연했다.

   
▲ 올해 2월 1일 부 인사발령 난 코트라 직원 명단 목록에 윤태웅 전 애틀란타 무역관 개설 준비팀장이 북미지역본부 미국 댈러스 무역관장으로 전보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코트라


한편 애틀란타 무역관 승인 건이 차일피일 미뤄짐에 따라 당시 애틀란타 무역관 개설 준비팀장으로 파견됐던 윤태웅 부장은 올해 2월 1일부로 코트라 북미지역본부 미국 댈러스 무역관장으로 전보됐다.

이 같은 이유로 애틀란타 무역관 개설이 완전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자 코트라 측은 "관련 팀 해체는 아니나 비용 투입 등 제반 절차가 중단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마침 댈러스 지역 인사 교체 수요가 있어 윤 전 팀장이 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때가 되면 재차 본사 차원에서 (애틀란타 무역관 개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 당국의 승인 지연에 대해 일각에선 한·미 양국 간 외교 마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 현지 언론은 지난 1월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에서 무역관 개설 지연을 두고 "정치적 결정일 것"이라며 "미국 대사에 대한 한국 정부 당국의 태도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느냐"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전직 주한 미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외교 갈등이 코트라 무역관 개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17일 당·정·청(黨政靑)은 대북 사업과 관련, 한·미 공조와 제재 준수를 강조한 해리 해리스 주한 대사에 대해 인신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조선 총독'에 빗댓고,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남북 관계 진전 구상에 대해 제재를 논한 것에 엄중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통일부 대변인도 해리스 대사에게 반박했고, 그날 오후엔 청와대 관계자가 그에게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화답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주요 유력 외신들은 한·미 외교 갈등 문제로 부상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CNN은 "해리스 대사는 일본인이 아닌 미국인이며, 일본 혈통으로 지칭하는 것은 미국 내에선 인종 차별로 통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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