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단위 선거 패배, 지도부 사퇴 후 어김없는 비대위 체제
'성공' 비대위 공통 요소는 비대위원장의 강력한 '그립(grip)'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정치권에는 또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거론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전국단위 선거에서 패배하면 지도부가 사퇴하고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일은 익숙한 모습이다. 

비대위는 대부분이 선거에서 패배한 당을 수습하고,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를 받을 수 있도록 쇄신시키는게 주목적이다. 하지만 비대위가 ‘성공적’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역대 비대위 중 가장 대표적인 성공모델은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와 2016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가 거론된다. 해당 비대위들은 총선을 앞두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 등장했고, 결과적으로는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4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박근혜 비대위는 어느 정도 ‘예상된’ 비대위였다. 2011년 한나라당은 하반기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홍준표 지도부 체제는 출범 5개월 만에 무너졌다. 당시 당내 최대 계파는 친박계였고, 그 수장인 박근혜 의원이 비대위원장에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반면 김종인 비대위는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2016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20대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어 문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자연스레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 전권을 이양했다.

양측 모두 당내에서 반발이 발생했지만, 박근혜‧문재인이라는 당내 유력 차기 대권주자들의 힘을 통해 비대위는 전권을 행사했다. 결과적으로는 과감하게 당의 체질을 개선했고, 이를 바탕으로 패배가 예상되던 총선에서 ‘승리’라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는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불리한 분위기에서 예상을 깨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과반인 152석을 얻었다. 여세를 몰아 같은 해 12월 대선에서도 승리,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탄생시켰다.

김종인 비대위 역시 국민의당 분당 사태 등으로 100석도 어렵다는 분위기 속에서 123석을 차지, 오히려 여당인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이후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실패한 비대위도 존재한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경제담론인 'i 노믹스'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을 놓친 새누리당은 김희옥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세운 비대위를 내세웠지만 친박과 비박 갈등 속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2개월 만에 간판을 내렸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구성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 역시 공고한 친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약 3개월 만에 물러났다. 한국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는 ‘김병준 비대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당내 기반의 한계로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다.

민주당의 경우 2014년 7‧30 재보궐 패배로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물러난 뒤 박영선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이상돈 교수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당내 반발로 실패,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박 위원장의 탈당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지도체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문희상 비대위원장이라는 카드로 논란이 마무리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비대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대위원장이 강력한 ‘그립(grip)'을 갖고 당을 이끌어가야 한다”면서 “결국 비대위원장이 당내 상황을 수습하는 상황에서 전권을 쥘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