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태계·일자리·환경·국가 경쟁력 붕괴…미국·유럽의회도 원자력 주목
[미디어펜=문상진 기자]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탈원전 정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4년에는 현재 25기의 원전이 17기로 줄어든다. 원전은 2024년 1기가 추가돼 26기가 작동 예정이며 그 이후로는 폐쇄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정책 기조는 총선 이후 확연해졌다. 전력수급기본계획 대로라면 총 전력의 19.2%를 공급하는 원전 비중은 2034년 9.9%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빈자리는 값비싼 LNG와 태양광·풍력으로 메울 계획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코로나19)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가장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원자력에 대한 가치도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원전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탈원전 정책 틈을 노려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 원전 패권을 노리고 있다. 미국의 '핵연료워킹그룹(NFWG)'은 최근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NFWG는 보고서에서 "붕괴 직전인 미 원자력 산업을 되살리고 원자력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복귀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민간 원전 발전 회사를 위해 정부는 규제 완화와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전 지원 배경에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도 깔려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주장에는 한국의 탈원전 정책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원전 수출을 암묵적으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마저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입지가 강화되자 위기감을 느꼈다는 해석이다.

   
▲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끝자락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검증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대책 없는 장밋빛만 좇다가는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일자리, 환경, 경제, 기술의 몰락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확실한 해법이 있다. 그게 탈원전의 탈출이다. 신고리 원전 3·4호기./사진=한국수력원자력

미국이 원전 수출에 본격 나서게 되면 두산중공업 등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원천 기술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시공이나 기기 제작 능력은 맥이 끊겼다. 미국이 원전 수출에 나서면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한국 기업과 협력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보그틀 원전의 원자로 2기는 두산중공업이 납품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유럽의회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원자력을 지지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의 결의는 청정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한국은 '두뇌에서 캐는 에너지' 원자력에 대해 100% 자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후 변화라는 세계적 대응 측면에서도 원자력은 가야 할 길이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경제는 충격과 공포에 빠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재 상황을 '경제 전시 상황'이라고 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선언했다. 희망고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 한국판 뉴딜의 첫 번째는 명분도 실익도 없는 탈원전의 탈출에서 시작돼야 한다. 

탈원전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를 막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세금 퍼붓는 일자리,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푼돈벌이에 불과한 일회성 일자리는 면피성일 뿐이다. 탈원전으로 우려되는 건 산업생태계 파괴와 전기료 인상, 환경 파괴 등 문제투성이다.

탈원전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은 올 들어 650여 명이 명퇴했다. 26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까지 감안하면 수천~수만의 일자리가 이미 사라졌다. 정부가 두산중공업에 지원하는 혈세는 수조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에서 잘나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세금을 쏟아 붓는 어리석은 짓이다.

세계 원전 시장은 호황이다. 지난해 세계 신규 발주 원전은 158기다. 황금시장을 눈 뜨고 바라만 봐야 한다. 수십조 원의 먹거리를 제 발로 걷어찬 꼴이다. 탈원전이 본격화 되면서 초우량 공기업이었던 한전도 적자로 돌아섰다. 2017년 4조9531억 원의 영업익을 냈던 한국전력은 2018년 208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1조27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탈원전 3년 성적표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원자력과 석탄 화력 프로젝트가 취소돼 약 10조원의 수주물량을 날렸다. 내부적으로는 무리한 계열사 살리기 등도 악재로 작용했지만 수조원의 수입이 끊긴 것이 치명타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2조4000억 원을 지원하면서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경영진과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수십년 공들여 쌓은 원자력 기술은 와해 위기다. 이대로라면 두산중공업의 앞날은 기약할 수 없다. 자칫 세금만 퍼붓는 꼴이 된다.

안전을 빌미로 내세운 탈원전 정책이 산업생태계와 고용, 환경을 위협하는 역설이다. 세계적인 원전 기술력을 가지고도 수출은 그림의 떡이다. 전기요금은 오를 것이고 피해는 국민이 본다.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정부는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연말까지 55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대부분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임시방편 일자리가 될 것이다. 지금이 탈원전 탈피의 적기다. 미국과 유럽의회까지 나서 원자력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그 선두에 한국이 다시 자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끝자락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검증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대책 없는 장밋빛만 좇다가는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일자리, 환경, 경제, 기술의 몰락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확실한 해법이 있다. 그게 탈원전의 탈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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