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올해 이후 이어질 경제불황으로 완성차·부품업체 판매량이 연간 17% 수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학계 관계자들은 자동차업계의 자금 유동성 위기와 국가 재정 여력 문제가 예상되는 만큼 친환경차 보급속도를 조절하고, 전생애주기분석(LCA)을 통한 배출가스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자동차공학회 배충식 부회장(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1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 (왼쪽부터)한국자동차공학회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연구위원회 김민수 교수(서울대학교), 황성호 교수(성균관대학교), 배충식 위원장(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한국자동차공학회 강건용 회장, 박영일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기형 교수(한양대학교), 민경덕 교수(서울대학교). /사진=한국자동차공학회


배 부회장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완성차와 부품 업체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이후 이어지는 경제불황으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 인해 연간 17% 수준의 판매 감소가 예상되며, 향후 경제 불황의 지속 여부에 따라 자동차 시장이 불투명한 것으로 분석됐다.

배 부회장은 "신동력 자동차의 보급을 위한 국가 재정 여력과 기업의 자금 유동성에 위기가 예상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보급 속도 조절과 미래 산업에 대한 근거 있는 예측이 필요하다"며 "혼란스러운 세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다양한 동력원 기술을 조화롭게 하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 보다는 미래기술·시장에서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균형 잡힌 정책과 다양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며 "자동차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해 선제적으로 내연기관차 효율 개선 기술과 전기동력차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코로나19 회복기에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점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가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친환경차 보급 계획은 과도한 CO2 저감 목표에 근거한 이상적인 환경성만을 강조해 성숙하고 경제적인 내연기관차를 급격히 축소하고 무리한 전기동력차 보급 지원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경제난을 야기해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일방적인 규제를 통한 개선이 아닌, 산업계와 환경의 상호보완적인 방향의 개선을 근간으로 하는 상생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연기관자동차 기술 분야 연구책임자 이기형 한양대 교수 역시 "코로나19 이후의 재정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친환경차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당분간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내연기관의 경쟁력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며 "내연기관을 구성하는 부품 수와 공급업체 수는 전기차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고용 창출과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월등히 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LCA(Life-cycle assessment, 전생애주기분석) 차원의 CO2 배출과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배경으로 최근 다시 내연기관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며 "내연기관은 퇴출대상이 아니라 향후 수십년간 여전히 주요 동력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친환경차와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호협력해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경덕 서울대 교수는 전생애주기분석(LCA)은 자동차의 생산, 운행, 폐기 및 재활용 등 전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비용 및 배출가스를 종합해 분석하며,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생애주기를 고려해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CO2 자동차 규제가 장기적으로 Tank-to-wheel에서 Well-to-Wheel 또는 LCA(전생애주기분석) 기반의 규제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와 대책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국내 특정 자동차 모델의 전생애주기분석 결과로 내연기관차와 전기동력차의 well-to-wheel 분석과 fuel cycle 분석에 따른 항목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와 동등한 수준의 CO2를 배출하며,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평균 30% 적게 배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의 경우 NOx와 PM10도 전기 생산 시 내연기관차 수준의 양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자동차 기술 분야 연구 책임자 김민수 서울대 교수는 "국내 수소승용차 누적판매는 약 6000대로 큰 성장을 이뤘으며, 이에 따라 수소전기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점점 증가하고 있는 수요에 걸맞는 수소 인프라 구축 등의 투자 및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승용차뿐만 아니라 트럭 및 버스 등의 상용차에서도 수소전기차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기술 개발 및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전기자동차 기술 분야 연구 책임자 황성호 성균관대 교수는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및 연비 규제에 대응하고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전기차 개발 및 확대 보급이 필수적"이라며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구매 보조금 및 혜택이 단계적 축소 또는 폐지가 예정됨에 따라 전기차 구매 보조금의 합리적인 지급 방안 마련 및 R&D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모터·인버터, 배터리, 공조시스템 등 전기차 핵심요소기술의 고부가가치 내재화와 전고체 배터리, 탈희토류 고속 모터 등 신기술 및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며 "자율주행 기능 탑재 플랫폼으로 최적인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과의 연계·융합 연구를 통한 자율주행 전기차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자동차 기술 분야 연구책임자 박영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하이브리드화가 진행될수록 연비 향상 효과가 발생하고 연비 개선 수준이 높아진다"며 "독창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자동차 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 개발 지원과 연구 인력 양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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