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퇴임 간담회서 "사면하라는 건 아니다. 대통령 고유 권한"
아들 석균 씨 공천 세습 논란에 "쓰라린 심경·모멸감 느껴"
[미디어펜=손혜정 기자]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진행된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간 국정운영 방향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관련해 "만약 (누군가) 건의할 용기가 있다고 한다면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는 뜻"이라며 "그것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1대 국회에서 이뤄야 할 과제로 '개헌'을 거론했다. 문 의장은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촛불 완성의 가장 밑거름이라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 대통령령으로 고친다는 것은 무리할 정도로 많이 했다. 아주 잘했다"고 강조했다.

   
▲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국회방송 NATV 캡처
문 의장은 퇴임을 앞둔 소회도 밝혔다. 그는 "기어이 이날이 오고야 말았다"며 "만감이 교차하지만 후회가 없는 삶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965년 혈기 넘치던 법대 시절 한일회담 반대 투쟁에 나섰던 시기를 떠올리면 55년의 세월, 1980년 서울의 봄을 기점으로 하면 40년, 1987년 제2 서울의 봄에 첫 창당에 참여한 시절을 기준으로 하면 33년"이라며 "평생 정치의 길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과거의 기억을 돌아봤다.

이어 "평생의 업이자 신념이던 정치를 떠난다니 심경이 복잡했다. 말짱 도루묵 인생이 아니었나 하는 깊은 회한이 밀려든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아쉬움은 남아도 후회 없는 삶이었다. 보람이 가득했던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고 자평했다.

가장 아쉬원던 순간으로는 아들 문석균 씨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 '공천 세습' 의혹에 휘말렸을 때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내가 아들을 출세시키려고 위치를 이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쓰라린 심경을 느꼈다"며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 컷오프된 적도 그만큼 모멸감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도 활약했던 그는 정치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는 197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순간, 슬펐던 순간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고도 술회했다.

한편, 지난 2018년 7월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에 임명된 문 의장은 오는 29일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퇴임하게 된다. 그는 1987년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초대회장을 맡아 정치무대에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으며 1992년 14대 총선에서 처음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경기 의정부 지역에서 내리 5선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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