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북한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지 22일로 21일째가 됐다. 앞서 지난 2일 북한매체가 김 위원장의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보도를 하기 직전까지 20일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과 하루가 더 길어진 잠행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 4월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이후 4월15일 ‘김일성 참배’를 건너뛰자 건강 이상설까지 불거진 것에 비해 지금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의 잠행은 많은 관측을 낳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북중 국경지역에서 비교적 거리가 먼 원산에 머물면서 통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산에는 김 위원장 전용 특각이 있으며, 이 특각은 9개의 대형 게스트하우스와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38노스는 지난달 29일까지 원산에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원산역에 정차 중인 것을 포착해 발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가기 않았다면 이 전용열차는 그대로 원산에 정차된 상태로 김 위원장이 인근 지역을 시찰할 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김 위원장이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재룡 총리에게 경제활동을 일임해놓고 원산을 거점으로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 상황을 챙기고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최근 북한의 잠수함 건조 기지인 신포조선소에서 움직임이 식별되는 것이나 미국이 최근 한반도 인근에서 다양한 군사활동을 벌이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신포조선소에서 SLBM 탑재가 가능한 고래급 잠수함과 수중사출 장비가 지속적으로 식별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미국은 이달 들어 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미 해군 정찰기 ‘EP3E'를 한반도 상공에서 전개하고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 위원장의 잠행 시기에도 북한매체는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총리의 경제시찰 소식을 연이어 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0일 김 총리가 함경남도 여러 부문 사업을 현지에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내각 총리는 단천항, 단천제련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고원탄광, 수동탄광을 둘러봤다. 그는 철길 공사, 능력 확장공사를 비롯한 여러 대상 건설을 다그치는 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협의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또 용성기계연합기업소, 2·8비날론 연합기업소, 흥남전극공장과 국가과학원 함흠분원, 흥남베약공장 등도 둘러봤다.

통일부가 발간한 ‘2020 북한 인물정보’와 북한 매체 보도 등에 따르면 올해 김 내각 총리의 공개 행보는 30건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경제 시찰은 이날까지 18건에 달한다. 특히 이달에는 총 4건의 공개 행보를 보였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지난 연말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 보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달까지 이 공언을 실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5월1일 하루 잠깐 공개활동을 보였다가 40일 넘게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의 11월 대선 이전까지 미국은 물론 한국과 대화는 없다고 작정한 김 위원장이 무기개발 상황을 점검하며 북미, 남북 간 대화나 협상 재개에 대한 전략을 가다듬고 있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21일간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적은 지난 1월에도 있었고,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김 위원장이 어디에 머무는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잠행 중인 김 위원장의 동선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못하지만 파악은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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