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최저임금 인상·규제 온상…반기업·친노조 정책 발목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본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건 바람인데 바람은 탓하지 않고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탓한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달은 보지 않은 채 손가락만 쳐다보며 보이지 않는 달을 탓한다. 

한국의 '리쇼어링(reshoring·생산시설 국내 이전)'정책을 빗댄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자간 무역협력체제가 붕괴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값싼 노동력과 엄청난 내수시장을 무기로 생산 전초기지로 급부상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후 오프쇼어링(offshoring·생산시설 국외 이전)의 대체 불가능한 '세계 공장' 역할을 하며 승승장구했다. 

탈중국 바람이 불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된 리쇼어링이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 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체제와 체질을 달리하는 중국의 한계성이 드러났다. 근육질과 오만한 대국의 자만심이 부메랑이 됐다. 한국에 대한 끊임없는 동북공정, 사드보복도 일례다.   

중국은 민족자본을 앞세워 글로벌 파워를 키웠다. 시장경제와는 결이 다르다. 높아만 지던 콧대가 코로나 초기 대응 실패, 전체주의에 대한 시장경제의 실망감으로 '반차이나' 정서를 초래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거칠어지면서 기업들은 짐을 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백번 환영할 만한 지당한 일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반기업 정서가 판치고 '갈라파고스 규제'로 '집토끼' 국내기업들도 질식할 마당에 '산토끼'가 과연 짐 싸들고 들어올까.

   
▲ 리쇼어링을 외치는 정부지만 반기업·친노조 일변도의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는 올가미다. 죽음의 규제 정글로 스스로 걸어 들어 올 바보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미국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펼쳤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3327개가 본국으로 회귀했다. 미국은 리쇼어링 기업에 세액을 공제하고 토지 무상 제공과 관세 혜택까지 부여하는 특별대우를 했다. 일본도 토요타, 혼다 등의 자동차 공장을 비롯해 캐논 등의 전자기업 공장을 국내로 옮겼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탈중국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유턴 기업 지원을 위해 250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리쇼어링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2조7000억 원 탈중국 리쇼어링 펀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EU 각국도 '산업 주권'과 '자국 내 생산'을 외치고 있다.

한국은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일명 '유턴법'을 제정했다.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리쇼어링한 기업은 68개에 불과하다. 같은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해외 진출 기업의 5.6%가 유인책의 조건에 따라 유턴 의향을 밝히고 있다. 그대로 실현되면 고용 효과만 13만 명에 이른다.

지난 20일 LG전자가 경북 구미시의 TV 생산라인 2개를 인도네시아로 옮기기로 했다. 현지 라인에서는 조립, 품질검사, 포장 등 전 공정에 자동화 설비도 대거 확충해 생산능력을 50% 늘릴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인건비는 국내의 7분의 1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는 7.6% 감소했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619억 달러(약 76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의 한국 내 투자는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OECD 각국은 투자유치가 평균 6% 늘었다. '투자 엑소더스'란 말이 괜한 엄살이 아니다.

지난 20일 사실상 종료된 20대 국회에서도 근로기준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법,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는 무산됐다. 반면 기업 활동을 옥죄는 환경 및 안전 관련 규제는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일례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의 의무등록 물질이 기존 2000종에서 1만6000종으로 급증했다. 화학물질관리법은 올해로 5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사소한 법 위반으로도 1년 넘게 공장을 멈추게 됐다. 이게 현실이다.

리쇼어링을 외치는 정부지만 반기업·친노조 일변도의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는 올가미다. 지원을 대가로 고용유지를 내건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금으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죽음의 규제 정글로 스스로 걸어 들어 올 바보는 없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을 내려가며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릴 때 거꾸로 최고 세율을 올린 나라. 멀쩡히 타던 '타다'를 법을 고쳐 멈춰 서게 한 나라. 코로나가 잠잠해 지면 광장에는 노조의 붉은 깃발과 함성이 예고된 나라. 이 모든 것이 바뀌지 않는 한 리쇼어링은 공염불일 뿐이다. 아니 국내외 기업이 발길을 돌리지 않는 게  되레 이상한 나라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