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신상털기식 의혹제기 굴복 안돼, 신중하게 판단해야"
민주당 내에서는 기류 변화, 검찰 수사에 불체포특권도 부담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윤미향 당선자를 향한 의혹의 대응 기조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조국 전 장관과 양정숙 당선자를 둘러싼 문제가 검찰의 손에 맡겨진 상황에서 윤 당선자까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자와 관련해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하나 이는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신상털기식 의혹제기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며 “관계 당국은 신속하게 사실을 확인해주고 국민도 신중하게 지켜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특히 사사로운 일을 가지고 과장된 보도가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면서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할 수 없다. 다시 한번 한 단계 더 민주사회로 도약하는 모든 부문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이 같은 발언은 윤 당선자를 둘러싸고 당내 기류가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은 윤 당선자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이후 당내에서는 ‘정확하게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영진 총괄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윤 당선자가 정의연 등의 회계투명성과 관련해 명확하게 소명하라는 것”이라면서 “그에 따르는 부분을 정확하게 책임지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에서는 (윤 당선자에게) 빨리빨리 그 문제에 대해 준비해서 입장을 밝히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당 지도부가 윤 당선자와의 소통을 유지하며 소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정확하게 책임’을 질 것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당원 제명 또는 자진 사퇴 유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알기로는 윤 당선자가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 특히 아파트를 사고팔고 한 문제, 개인 계좌 모금 문제, 그간 거래 내역들을 다 보고 맞추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 정리가 돼서 이야기해야지 불쑥 해놓고 뒤집어져서 박살나면 안되지 않느냐”면서 “그러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자의 소명 시기에 대해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기류변화는 검찰 수사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정의기억연대의 사무실과 피해자 할머니 쉼터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다른 기관 조사는 중단됐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를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7일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당내에서 정치적인 판단을 빨리 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사안들이 타이밍을 놓치면서 결국 검찰의 손에 넘어간 상황”이라면서 “양 당선자에 이어 윤 당선자까지 검찰 수사망의 대상이 된 것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윤 당선자의 신분이 현직 국회의원으로 바뀌는 것도 민주당의 고심거리 중 하나다. 의원이 되면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주어진다. 6월에 임시국회가 열리게 되면 의원 신분이 된 윤 당선자를 국회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총선 후 첫 임시국회는 국회의원 임기 개시 후 7일 안에 열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5월30일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국회는 늦어도 6월 5일에는 임시회를 열어야 한다.

   
▲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민주당이 연일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야당에게 윤 당선자를 위한 ‘방탄국회’라는 반격의 여지를 줄 수도 있다. 또한 “국회 혁신”을 강조하는 민주당 내에서 21대 국회 첫 체포자가 나오는 것도 불명예가 될 수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만일 자신이 (불체포특권) 그걸 누리고 싶어도 명백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해명하지 않고 침묵 속에 그냥 있으면 그건 되지도 않는다"면서 “이 사안은 불체포특권을 작동할 일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회가 시작되고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돌아선다고 해서 불체포특권을 동료 의원들이 같이 공감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런데 얼마나 공감을 얻을까"라고 반문했다.

정작 윤 당선자는 지난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후 잠적한 상황이다. 그는 개원을 앞두고 입주가 한창인 국회 의원회관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이날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