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법무부가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불법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28명의 북한인과 5명의 중국인을 무더기 기소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5억 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인과 중국인 33명을 기소했다.

북미협상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재 회피를 꾀하고 있는 북한에 경고를 하는 한편,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대한 압박 차원으로 풀이된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인민병원에 최신식 의료설비들을 보내줬다고 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법무부는 이날 약 50쪽 분량의 공소장에서 “이들이 전세계에서 250개가 넘는 유령기관을 세워 25억 달러 규모의 돈세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북한 조선무역은행(FTB)의 불법적 거래와 연관돼 있는데 불법자금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WP에 따르면 기소된 북한인 가운데 FTB 전 은행장인 고철만과 김성의 및 다른 2명의 전직 은행장이 포함됐다. 또한 태국에서 FTB의 지점을 운영하면서 정보기관을 위해 일해 온 한웅과 리종남도 포함됐다.

WP는 “이번 기소가 불법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한 중국의 역할을 보여준다”면서 “유엔 회원국은 2016년초 이후 북한 은행의 지점을 쫓아내게 돼 있지만 FTB 지점이 여전히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어 WP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기소한 북한의 제재 위반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미국은 재무부 차원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겨냥해 독자적 제재를 하고 있지만 법무부 차원에서 북한 국적자를 무더기 기소하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기소가 이뤄진 것은 지난 2월5일인데, 미 법무부가 석달이나 지나 기소 내용을 공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기소 대상 대부분 북한과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만큼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검사장 대행은 “미 금융망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려는 북한의 능력을 방해하고 WMD 프로그램 증강을 위한 불법적 행위로 이득을 얻으려는 능력을 제한하는 데 미국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조치는 코로나19 책임론으로 시작해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을 둘러싼 마찰, 홍콩보안법 공방 등 미중 관계가 신냉전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을 향한 경고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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