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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보잉 747-8i 여객기/사진=대한항공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분기에 800억대 영업적자를 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부터는 실적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지만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비관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각종 유휴 자산을 매각하고 유가증권도 담보로 제공하고 있으나 예상치 못했던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올라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글로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영업적자 828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2400억원대 대규모 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봐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지난해 반일불매운동에도 흑자를 기록했던 대한항공으로서는 뼈 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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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카고기에서 지상조업사 관계자가 하역하는 모습./사진=한진그룹 |
과연 2분기에는 대한항공이 적자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긴 할까. 여의도 증권가는 밝은 전망을 하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2조원·영업이익 1065억원으로 기존 영업손실 전망치 1710억원에서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본다"며 "화물 운송부문 매출이 전년동기비 97.6%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지환·이지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2분기에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1898억원으로 추정된다"며 "화물 물동량이 전년동기비 132% 늘어난 1조465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해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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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정류 중인 대한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
이와 같은 장밋빛 관측이 연달아 나오고 있지만 정작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택도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객수송 부문에서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수준인 탓이다. 잠시 수그러드는가 싶던 코로나 확진자 수는 이태원 클럽 등지에서 마구잡이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다시금 항공사들에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완전 회복까지는 최소 1년에서 2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자 현재 대한항공은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을 통해 1조2000억원을 긴급운영자금으로 지원받을 정도로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 이와 함께 채권단이 대한항공에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마련해오라며 으름장을 놓음에 따라 대한항공 경영진은 비상대책위원회와 실무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자구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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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 지상조업사 한국공항 로고./사진=한국공항 |
대표적인 예로 한진그룹 지상조업계열사 한국공항 지분 담보제공을 들 수 있다. 지난 26일 대한항공은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공항의 보통주 전량(188만5134주, 59.54%)을 담보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27일자로 근질권을 설정했다. 대한항공의 한국공항 주식 보유분은 대략 824억원으로 평가된다.
급여 반납과 휴직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부터 부사장급 이상 간부 월 급여의 50%, 전무급 40%, 상무급은 30%를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반납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4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전사적 직원 휴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해 국내 근무 전체 인력의 70%를 상회하는 인원이 유급 휴직에 들어갔다. 대한항공 노동조합 역시 회사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이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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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
또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임원 회의석상에서 "유휴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며 "공급선을 다양화 해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서자"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베트남과 중국, 유럽으로 띄우는 여객기 화물 수익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벨리 카고(belly cargo)'를 운영하며 수익이 나고 있어 노선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례 없는 회사 존폐위기를 목도하고 있는 조 회장 이하 대한항공 경영진이 초긴축 경영을 하며 분초를 다투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유동성 위기 극복에 있어 어느 정도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였던 호텔 유휴부지에서 터졌다.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소재 토지를 매입해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표한 탓이다. 시는 지난 2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해당 부지 일대를 문화공원으로 용도변경하는 안을 포함한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구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자리였던 이곳은 3만6642㎡ 규모이며, 광화문·경복궁 바로 옆에 붙어 있어 도심 속 금싸라기 땅으로 통한다. 이곳은 2002년 6월 부지의 소유권이 국방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넘어갔다. 이후 삼성생명은 2008년 대한항공에 2900억원에 매각했고, 대한항공은 이를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로 조성하고자 했으나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학습권 침해 논리와 유해시설물 설치 금지 조항 등 관련법령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이와 같은 사정으로 넓디 넓은 대지에 20여년째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아 사실상 방치돼 있다. 부동산 업계는 해당 부지 가치를 최소 5000억원부터 입찰 흥행 시 700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월 평균 운영비가 6000억원 수준인 대한항공으로선 무조건 팔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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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사진=연합뉴스 |
한편 서울시는 강한 매입 의사를 보이고 있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제2부시장은 "대한항공이 이 땅을 제3자에게 팔 경우 이를 재매입해서라도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관가에 따르면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지난 3월 대한항공에 "민간 매각시 발생하는 개발 요구를 허용할 의사가 없다"며 공매 절차를 중단하라고 통첩함으로써 '땅값 낮추기 전략'에 돌입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면서도 부지 매입가를 2000억원 미만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취득원가가 2900억원인 해당 부지를 밑지고 팔라는 것으로 비춰져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굉장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휴자산 매각은 이사회를 거쳐야 하는데, 적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게 될 경우 경영진이 배임죄로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한 몫 한다.
게다가 서울시는 매입 대금 지급 역시 거래 시점이 아닌 자체 감정평가와 예산 확보 과정을 거쳐 2년 후로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지 가격이 상승할 것이 자명함에도 시가 이와 같이 시간을 끌며 노골적인 시장 개입 행태를 보이는 것은 시장가를 후려치겠다는 저의를 드러냈다는 비판이다. 이는 곧 서울시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경영난을 가중시켜 구조조정 계획에 초를 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의식한 듯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재계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송현동 부지가 (적정가에) 팔리지 않을 경우 계속 소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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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식·항공기 정비사업부 매각 방침을 밝혔다./캡처=SBS CNBC |
종합하자면 대한항공은 실적 부진과 국책은행 채권단, 예상치 못한 서울시발 돌발 리스크 등 3중 압박으로 고전하는 형국이다. 경영 정상화를 기하고자 사실상 추가 자산·사업부를 매각키로 결정하는 등 고군분투 중인 대한항공 경영진의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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