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 프로그램 이용료 페이백…"2년 뒤 반납 안해도 돼"
LG벨벳 출시 보름만에 가격 '뚝'…갤S20 불법보조금 여전
   
▲ 지난 31일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집단상가를 찾은 방문객들이 스마트폰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미디어펜=권가림 기자]"갤럭시S20·LG벨벳 저희가 제일 싸요" "현금 지급합니다"

지난달 31일 휴대폰 집단상가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고객 유치를 위한 호객꾼들의 목소리가 층을 가득 메웠다. 코로나19로 한산할 줄 알았던 상가는 휴대폰을 찾는 사람들로 꽤 북적였다. 

불법지원금은 구형, 신형을 가리지 않았다. 기자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한 판매 직원이 큰 소리로 "뭐 찾으세요"라고 물었다. 눈이 마주쳐 다가가니 어떤 기종을 찾느냐고 물었다. 번호이동으로 LG 벨벳을 보러 왔다고 하니 계산기를 내밀었다. 어떤 가격을 원하냐는 의미다. '0'을 눌렀더니 직원은 고개를 흔들며 '24'를 찍었다. 공시지원금에 더해 현금 20만원을 얹어줄테니 89만원의 LG 벨벳을 24만원에 가져가라는 것이다. 9만원대 요금제 4개월 이용 조건도 붙었다. 

가장 비싼 요금제로 공시지원금을 최대로 지원받는 가격보다 약 42만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뽐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후기로 올라오는 '공짜폰'이 아니었기에 다른 가게를 더 둘러보기로 했다. 

판매점원 대부분은 손님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며 계산기를 내밀었다. 단통법에 따른 불법지원금 신고를 막기 위해서다. 이른바 '폰파라치'라고 불리는 이들은 단말기 보조금 관련 불법행위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다.

근처 매장에서 LG 벨벳을 문의하자 0원을 제시했다. 중고폰 보상프로그램과 카드 결합을 할 경우다.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반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치자 "원하면 반납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매장에서는 중고폰 프로그램 조건으로 구매하면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 이용 금액을 계좌로 넣어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월 7만5000원 요금제를 기준으로 17만원의 현금 지급을 하는 셈이다. 매장 직원은 "이통사의 LG 벨벳 보조금이 어제 더 좋게 올라왔다"며 "지금이 LG 벨벳을 구매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강조했다. 

다른 매장에서는 "LG 벨벳을 개통하고 싶다"고 묻자 "그러지 말고 30만원의 현금 지급을 해줄테니 갤럭시S20 플러스를 24만원에 가져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시지원금만을 받는 구매가보다 약 76만원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원하면 현금을 더 얹어주겠다고 설득했다.  

   
▲ LG 벨벳 디지털 캠페인 캡쳐 이미지 /사진=LG전자 제공
  

이후 서너 곳을 더 둘러본 결과, 요금제나 결합상품 등 조건에 따라 가격이 달랐지만 갤럭시S20 시리즈는 대략 0원~10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위 모델인 갤럭시S20 울트라는 159만9000원의 높은 출고가에도 불구하고 20만원의 현금 지급과 카드 결합으로 기계값이 0원으로 제시됐다. 

공통적으로 보급형인 갤럭시 A51과 LG Q51은 0원으로 팔리고 있었다. 

최근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공시지원금을 높인 점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보조금 제재가 지연된 점 등이 맞물리며 신규 스마트폰에 대한 불법보조금 지원이 횡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번호이동 건수도 늘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5월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는 49만3018건으로 전달 41만5532건보다 18.7% 증가했다. 

이통 3사가 자금력을 이용해 알뜰폰의 가입자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방통위는 아직 사업자들에게 관련 제재에 대한 사전 통지서를 발송하지 않은 상태다.

이날 대리점 리베이트가 가장 많았던 통신사는 LG유플러스로 추정된다. 기기변경과 번호이동 모두 조건이 좋았다. SK텔레콤과 KT에 비해 상대적으로 5G 가입자 증가폭이 작았던 만큼 가입자 유치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