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전선’ 부담 되는데 ‘선진국 클럽’ 놓칠 수도 없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정부에 사전 협의도 없었던 일방적인 깜짝 초청에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G7 정상회의를 6월이 아닌 9월로 연기하겠다”며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시대에 뒤진(outdated) 그룹들이 현재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대표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G7에 이들 4개국을 추가한 ‘G11’이 탄생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새로운 선진국 클럽에 포함될 경우 한국의 국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전선 동참 요구가 노골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G7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의 7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이 빠져 있는 유일한 국제 협의체이다. 

여기에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가 포함된다면 지정학적으로 중국 포위망이 그려질 수 있다. 특히 한국, 호주, 인도는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G7+4 정상회의 계획을 밝히면서 노골적으로 중국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추가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이에 따라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제안이 올 경우 한국정부에게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일회성 초청인지, 상시적 확대인지에 관심을 보이면서 회원국 참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전선 구축이 본격화되면 미국과 동맹이면서도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는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초청 언급과 관련해 “앞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 의사를) 사전에 통보받지는 않았다.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G7의 유일한 아시아국가인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G7 개편 구상에 복잡한 속내를 보였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G7정상회의에 초청한 한국, 러시아, 호주, 인도 등 4개국이 일본과 기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이냐’는 질문을 받자 “각각 일본에 있어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일률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G7에 한국 등을 초청하고 싶다고 밝힌 데 대해 일본의 존재감이 옅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무성 간부는 신문에 "아시아에서 유일한 G7 참가국이라는 일본의 의의가 옅어진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책임론으로 칼을 빼든 미국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처리로 갈등을 고조시키며 신냉전을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G7+4 정상회의는 중국을 따돌리기 위한 압박용인 것이 분명해보인다.

최근 K방역으로 위상이 높아진 정부로서는 G11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경제네트워크’로 불리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의 동참이 거세질 경우 우리정부에게 또 다른 압박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해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제안에 대한 현실 가능성과 우리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논의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나온 배경에 대해 “우리정부가 갖고 있는 최근 전략적 위치가 상승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관련된 내용은 적절한 시점에 다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